나는 수면제를 먹고 코를 골며 잔다!
2개월 전 한국에 와서 수면제 양을 두 알로 늘였다가, 다시 한 알로 그리고 지금은 반알로 줄였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2021년 5월부터 졸피뎀을 먹기 시작했다. 멀뚱멀뚱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아 잠과 3개월을 씨름을 하다 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수면제를 복용하기로 했다.
불면의 밤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삶이 마구 흔들린다. 불면의 밤은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다음날을 뱉었다.
밤 11시쯤 수면제를 한 알 먹고 누우면 삼십 분쯤이 지나면 어느덧 잠이 들어 있었다.
꺄악! 마술이다!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뜨면 아침이다. 신기했다. 일단 멀뚱멀뚱 밤새 뒤척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살만했다. 잠들기를 기다리며 침묵의 어둠 속에서 깨어 있는 내가 버거웠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정신과를 방문하면, 항상 꼭 물어보는 2가지 질문이 있다.
"약은 잘 먹고 있니?"
"응, 꼭 먹고 있어!"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니?"
"아니, 죽고 싶은 생각은 안 들어"
"왜?"
"가족 때문에... 너무 잔인할 것 같아"
2024년 5월, 치료가 시작된 지 3년이 지나고 나서부터 조울증 증상이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
의사에게 약을 줄이면 어떨까 물어보았다. 정신과 약에 중독이 되고, 약으로 간기능이 저하가 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하였다.
"일단 약은 이대로 계속 복용해야 할 것 같아. 두 번이나 에피소드가 중간에 있었잖아!
피검사를 6개월 만에 해서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
"그럼, 수면제라도 줄여 보고 싶어"
그래서 졸피뎀 수면제를 한 알에서 반알로 양을 줄였다.
예상했던 대로 수면제 반알로도 잠이 들었다. 아침에 10시쯤 깨는 대신 아침 8시쯤 눈이 떠졌다. 아침에 멍하니 정신없이 두세 시간 동안 넋을 놓고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생각지 않은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생전 처음으로 잠꼬대를 시작했다.
남편말로는 새벽이면 손으로 계속 무언가를 쓰고, 한국말을 중얼거리고, 갑자기 손뼉까지 치는 모양이다.
25년을 함께 살았지만, 내가 이렇게 심하게 잠꼬대를 한 것은 처음이다.
마침, MRI 신경 정신과에 상담을 갔다가, 잠꼬대의 원인에 대해 물어봤더니, 뇌하고는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한다.
난 이제 완전히 공포 영화 Hell 여주인공이다!
나도 어렴풋이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가 생각이 난다. 꿈을 한국어로 꾸는 것도 신기하고 밤새 무언가 스토리가 있는 꿈을 꾸며, 누군가 대화를 하는 게 내 귀에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너무 피곤한 날이면, 엄마 침대에서 나는 잠꼬대를 한다고 엄마가 말씀하신다. 여전히 손을 허공에 대고 막 쓰기를 한다고 하신다.
오늘 구글에 들어가 검색을 해 보았다. 뇌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단다, 그리고 치매나 파킨슨병의 전초 증상일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또한 항우울증 복용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한다. 수면제를 반으로 줄인 결과 때문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 약 부작용이구나' 일단 조울증 약은 당분간 계속 먹어야 하니까 잠꼬대를 안 할 수는 없다가 결론이다.
다음 주면 아들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짧은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꼭 필수적으로 방을 2개 예약해야 한다.
계획하고 있는 템플스테이를 갈 때에도,
"저는 독방이 필요해요!" 확인을 해야 한다.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고, 새벽 깊은 수면 중에는 천둥같이 코를 고는 나. 그리고 지금은 한 밤중에 손을 허우적 대며 잠꼬대를 하는 나.
제일 고맙고 미안한 사람은 이런 나를 발로 차지 않고 침대 한 귀퉁이에서 정원사용 이어폰을 끼고 묵묵히 잠을 뒤척이는 남편이다.
나를 깨우라고 해도, 한 손으로 어깨를 툭 치라고 해도, 자기는 못하겠단다.
이스라엘에 돌아가면, 방을 따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없이 혼자 침대를 쓰면서 3개월 동안 숙면을 한 남편을 다시 밤지옥으로 몰아내고 싶지 않다.
빈 방이 없으니, 나는 거실 소파 침대를 펼치고 자면 될 것 같다. 거리 불빛이야 내가 안대를 하면 될 것이다.
지금 엄마의 방에선 잠들기 전에 기도를 한다.
"오늘은 잠꼬대 안 하고, 차분하고 착하게 자게 해 주셔요!"
이제 우리 엄마는 내가 이스라엘에 돌아갈 날 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으시려나?
둘째 딸은 여전히 손이 많이 가는 문제아이다.
불쑥 나온 나의 아랫배를 나 몰래 슬쩍슬쩍 내려 보시는 우리 엄마.
"엄마, 애를 둘이나 낳았어요!"
어제는 내 얼굴 턱이 늘어졌다며 이젠 내 얼굴 아래 옆 목을 노려 보신다.
"엄마, 나 내일 모레면 60이예요! 어쩌라구요?"
우리 엄마 눈에는 아직도 내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30년 전, 서른살의 팽팽하고 눈부시게 땡땡했던 젊은 둘째 딸 모습이 마음 속에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