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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 우울증 3인조 모임

'풍요로움의 시간' - Summer의 Life Coaching

by Kevin Haim Lee

"언니는 요즘 조울증약 모 먹어요?"

Summer가 스쾃 운동을 하면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묻는다.

그녀의 눈은 항상 똥그랗고, 밝게 빛난다.


"난 두 가지 먹어! 아침에 라모진 200. 저녁에 쎄로켈 400"


"그리고 자기 전에 마그네슘이랑, 수면제 먹고!"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소파에 연신 앉았다 섰다 스쾃를 하며, 자랑스럽게 Kelly는 대답한다.


"Maggie야, 너는 지금 무슨 약 먹니?"

"너, 아직도 자면서 자꾸 깨니? 아침에 몇시에 깨니?"


Kelly는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Maggie에게 묻는다.


"언니, 나 지난주에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 약이랑 수면제 바꿔줬어."


"그리고, 바꾼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모르겠어. 이 수면제는 먹으면 잠들기까지 좀 시간이 걸려!"


Maggie도 헉! 헉! 스쾃 운동을 하며, 지쳐서 대답한다. 그녀는 항상 피곤하다.



라이프 코칭 상담사인 Summer는 타이머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스쾃은 50번을 해야 한다.

"두 분 다, 숨찰정도로 운동을 꼭 하셔. 그래야 우울증 약들이 손끝 발끝 구석구석 갑니다!"


Summer는 이 '풍요로운 모임'의 교주다. 이 모임은 그녀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정확히 2024년 11월, 1년 전이다.


라이프 코칭을 하고 있는 Summer는 간간히 만나서 와인과 치즈를 먹으며 관계를 유지하던 Kelly와 Maggie가 갱년기와 우울증이 생기자,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Kelly와 Maggie에게 일주일에 2번 만나서, 운동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다.


장소는 그녀의 상담실 옆 거실. 아늑하고 조용한 거실에서 3명이 모여 홈트레이닝을 하고, 고민들을 얘기하면 갱년기와 우울증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덤으로 자신의 무력감도 낳아지지 않을까? 그녀의 라이프 코칭은 상대를 자극하여 긍정적으로 미래 계획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특별함이 있다.



자. 이제 Summer를 알아보자.


그녀는 현재 10년째 이스라엘에서 라이프 코칭(Life Coaching) 상담일을 하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현재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고객으로 오고 있다.


그녀는 중학교 3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보스턴 지역에서 살았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영어 실력 부족으로 끔직하게 헤매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녀는 성실함과 끈기로 고등학교 때부터는 학교에서 예쁜 동양인, 공부 잘하는 여학생이 되었다. 남학생에게 인기도 꽤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외국인은 사귀지 않고, 한국인 남자 친구만 만났다.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엉망일 때가 많았다. 자신이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으로 보이기를 원했다. 마음 한구석이 항상 외롭고, 뻥 뚫린 기분이었다. 이 때부터 그녀의 우울증은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것 같다.


Summer는 원하던 대로 뉴욕대학교 심리학과에 입학하였다.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동안에 그녀에게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미국에 이민 오고 나서 3년째 되던 해에 그녀의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이혼을 하고 난 후, 그녀의 엄마는 두둑한 위자료를 갖고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아버지는 미국 한인 타운에 자리를 잡으시고, 사람들에게 서예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인생이 왜 이스라엘로 연결되었는지는 이제부터다.


그녀가 대학교 3학년 때에, 우연히 참석한 생일 파티에서 "일란(Ilan)"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부터 Ilan은 그녀를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미국인, 투자 자문일을 하고 있는 Ilan.

그는 파티에서 서로 전화 번호를 교환하고 나서부터 매주 금요일이면 매일 Summer의 학교로 찾아왔다.



22살인 그녀. 29살인 Ilan. Summer는 이상하게 그와 만나면 마음이 너무 편했다.


학교로 와 그녀를 픽업해서, 멋지고 음식맛이 황홀한 식당을 매번 데려가는 Ilan.


꽃다발과 작은 선물들을 매번 들이미는 Ilan.


아는 게 너무너무 많고, 자상한 그. 그녀를 위해서라면, 달도 따다 줄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다는 그.


Ilan은 그녀의 최초 미국인 남자 친구였다. 그와 있으면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매력있는 여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녀가 생각지도 못했던 한 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었다.


그와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하나씩 들어나는 그에 관한 현실들.


그는 유대인(Jewish)이었다. Ilan은 그녀에게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유대인을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본적이 없었다.


Summer는 Ilan과 만나기 시작하고, 3개월 쯤에 Ilan의 부모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였던 그의 엄마와, 수학과 교수였던 아빠에게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간 때는 마침 하누카(-유대인의 명절-보통 크리스마스 대신) 때였다.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하누카'를 지내는 Ilan의 집. 그 때 그녀는 Ilan의 근본을 확인했어야 했다.


Summer와 Ilan은 1년 넘게 함께 사귀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그녀가 졸업반이 되었을 때, 일란은 홍콩의 투자 회사에서 MD 제안을 받았다. 그는 Summer에게 같이 홍콩으로 가자고 했다.


그러나, Summer는 일란의 엄마가 그녀에게 얼마전에 얘기했던 경고 때문에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Summer, 만약에 네가 Ilan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너는 우선 유대교로 개종을 해야 해! 유대교 식으로 결혼을 해야 하고. 너희들의 아이들은 유대인이 되어야 해"


이 얘기를 들었을 때, Summer는 그녀가 처음 Ilan의 집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생소함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모르는 무슨 종교를 지키고 사는 사람들 같았다.


자신이 동양인이라서 깐깐한 Ilan의 부모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 했지만...


한국인 여자 친구로는 괜찮지만, 결혼을 하려면 먼저 개종을 해야 한다는 조건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유대교로 개종을 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Ilan을 따라 홍콩으로 가게 된다면, 그녀는 그 곳에서 외톨이가 될 것이다. 유대교로 개종을 하지 않은 이상, Ilan과의 결혼도 불확실하다.


Summer는 그와의 미래가 확실하게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한 학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Summer는 Ilan과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녀의 우울증은 그때부터 정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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