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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 공습이다! 사이렌!

바닥에 엎드려!

by Kevin Haim Lee

이스라엘은 440일째 전쟁 중이다. 작년 10월 7일 날 남쪽에서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이스라엘 지리 여건상 북쪽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공격을 동시에 시작했고, 이스라엘 군인들은 양쪽으로 나누어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북쪽 레바논과는 지난주에 60일간의 휴전이 협상되었지만 남쪽 가자지구 하마스와는 100명의 인질 협상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어제 새벽 2시 40분에는 남쪽 예멘이라는 아랍 국가에서 탄도미사일을 텔아비브로 발사를 했다.


어젯밤 잠든 중에 귀를 따갑게 울리는 거대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남편을 깨우고 딸아이의 방으로 가 정신없는 딸아이를 깨웠다. 텔아비브는 사이렌이 울리면 5분 안에 방공호로 대피해야 한다.


오래전 지어진 우리 집에는 따로 대피방이 없어서 우리는 건물 지하에 있는 공동 방공호를 향하여 우리 집 4층에서 방공호로 계단을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

16개의 아파트에서 한밤중에 잠옷 바람으로 문을 거칠게 열고 타박타박 계단을 내려가면 이웃들이 서로 얼굴을 살필 겨를이 없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 40분. 방공호 속 의자에 앉아 기다린다. 눈을 감았다. 다 꼴 보기 싫고 귀찮다.

의자에 앉자마자 밖에서 들리는 "꽝! 꽝!"소리.

아이언 돔이 남쪽에서 날아온 로켓을 텔아비브 상공에서 미리 격추해 내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중간에 상공에서 로켓을 격추하게 되면 터지면서 로켓 잔해가 지상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사람을 다치게도 하고 화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 폭파 소리가 들리고 10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아침에 뉴스를 틀어보니 어제 떨어진 잔해들이 라마트 간에 있는 학교에 떨어져 학교가 일부 파괴되고 꽤 큰 피해가 생겼단다. 당연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당연하다. 새벽 2시 40분에 누가 학교에 있을거나!


딸아이는 내일 아침 못 일어날 확률이 많다. 모두가 잠을 설친 사이렌 밤이었는데 아침잠이 많은 고3 아이는 늦잠 잘 핑계가 생겼다.


나도 아이를 깨우지 않을 것이다. 1년 2개월이 전쟁 중인 나라에 살게 되면 일반적인 많은 상식들이 파괴가 된다. 학교 등교가 중요하지 않게 된다. 학교 성적도 중요하지 않다.


사이렌 소리, 매일 올라오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전사 소식들, 가자 지구에서 죽어 나가는 팔레스타인들의 사망 소식, 나도 정신이 멍할 때가 많은데 아이에게 전쟁 트라우마가 생기질 않기를 바란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만 18살이 되면 여자든 남자든 모두 군대에 입대해야 한다. 딸아이는 내년 8월 입영 통지서를 받아 놓고 있다. 신체검사를 통과했고 내년까지 어느 곳에 배치되는지 선택을 하고, 3주간의 기초 훈련을 받은 후에 여자는 2년, 남자는 3년 근무를 해야 한다.

내년에도 오늘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면 딸아이는 전쟁 중에 군대를 입대하게 된다. 이스라엘에서 발생하는 군인들 전사 뉴스를 보게 되면 대부분 19살, 20살 젊은 아이들이다. 장례식에서 오열하는 어머니를 보면 내 마음 한구석이 저려온다.

'하루아침에 저렇게 죽게 된 아이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고 해도 이 상황에 강해지지 않는다.

끔찍하고 우리 딸아이뿐만이 아니라 모든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여기 이스라엘도 전쟁을 정치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를 들먹이며 이데올로기를 계속 끄집어낸다면 이 전쟁은 계속되게 된다. 그래서 이 전쟁은 430일째 인질 협상을 하면서도 99명의 인질들이 전쟁 폐허 속, 아니면 땅굴 속에서 끔찍한 430일의 하루들을 생존하며 죽은 듯 버티고 있다.


2001년부터 이스라엘에서 살면서 전쟁을 4번 겪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길었던 전쟁은 없었다. 끝도 보이지 않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나름 평범하게 살고 있다. 운동을 하고, 해외여행을 가고, 결혼도 하며 이 전쟁이 보통의 삶을 파괴하지 못하게 하며 평범을 유지하며 산다.


나도 내년에는 한국에 들어갈 계획을 세우며 2024년의 마지막 12월을 보통의 날처럼 살고 있다. 신기하게도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러려니 하고 아침에 눈을 뜨고 모닝커피를 마시며 오늘은 사이렌이 울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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