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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쟁 448일째 새벽 3:40

예멘아! 제발 잠 좀 자자!!

by Kevin Haim Lee

엠병할! 아아악!

사이렌 소리는 들리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잠결에 꿈속에서

절로 욕이 나온다.

이번주 만 세 번째

새벽 공습이다.


올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어젯밤엔 10시 30분

수면제를 먹고

일찍 나가떨어졌다.

"애앵앵.. 웅.. 웅"

한밤중의 사이렌 소리는

온몸과 뇌 속에

"도망쳐, 폭탄 온다, 도망쳐"

공포와 잔인함을

쑤셔 넣는다.


딸아이도 이번엔

일어나지 못한다.

나도 수면제 기운에

제정신이 아닌 듯

"그냥 자도 되지 않을까?"

잠깐 미친 생각이 스친다.


"샤니, 바짝 일어나!!"

남편의 새벽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하다.

"응"

그제야 딸아이가

일어나는 걸 보고

난 먼저 집을 나섰고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가고

이웃들을 계단에서

잠결에 눈빛은 못 맞추고

결국 2층 계단에

주저앉았다.

딸아이는 내려오지 않는다.

상관없었다.

잡으러 다시

계단을 올라갈 기력이 없다.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잠들고 싶었다.

내 수면제는 효과가 강하다.

난 아직도 잠결인지,

내 몸만 있고 생각이 없다.


'남편은 어디 있었지'

'딸과 둘이 같이 있었겠지'

다시 침대로 들어와

잠이 들며

그제야 생각이 들었다.

난 유대인도 아닌데

무슬림들과의 증오 싸움에서

왜 이러고 살아야 하지 엠병할

스르륵 잠이 든다.


아침 7시 뉴스를 틀었다.

이스라엘 전역에

새벽사이렌이 울렸고

탄도 미사일이

1700km 떨어진

예멘에서 또

한 대 발사됐고

이스라엘 도착하기 전

공중에서 격파되었다.

20여 명 정도가

놀라서 멘털이 나갔고

이스라엘 공항은

30분간 폐쇄되었다.


전쟁은

끝없이 적군을

혼란스럽게

괴롭혀야 이긴다.

이렇게 밤마다

새벽마다

전 이스라엘인을

괴롭힌다면

이란과 예멘은

승리할 수 있을까?


" No way! In your dream"

이스라엘은 갈 곳이 없다.

여기가 유일한 그들의 땅이고

그들은 하느님에게

선택받은 유대인이다.

이깟 새벽 공습에

전쟁을 포기할 리 없다.

끝까지 이스라엘을

지켜야 한다.

점점 무너지는 나는

유대인이 아니어서 그럴까?

난 대한민국 페미니스트

대한의 딸인데...

점 점 무너지는 나!

어떻게 해야

이스라엘 친구들처럼

애국자가 될 수 있을까?


오늘은

하누카 3일째

금요일 샤밧 시작

한국 친구 가족을 초대했다

오뚝이 야채 카레

시금치 된장국

비비고 잡채 만두

우린 또 보통의

어제처럼 저녁을 즐기리라!

어제의 새벽 공습은

이미 지나간 과거다.

오늘은 새로운

어제보다 1% 더 나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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