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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도 텔아비브에 사이렌은 계속된다. 제1화

이스라엘 전쟁 455일째, 수면제와 사이렌

by Kevin Haim Lee

이스라엘에서 전쟁이 시작된 지 455일째입니다. 현재 휴전 협정이 카타르 다마에서 하마스 대표들과 진행되고 있고, 많은 부분은 합의가 되었다고 합니다.

Jacob
개팔자가 상팔자인 ㅅ

그러나 아직 인질 석방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제일 큰 문제는 하마스가 100명의 인질 명단을 협상 테이블에 제출하지 않는 것입니다. 명단 제출을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알 길이 없습니다.

또 다른 이슈는 휴전 후에 팔레스타인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누가 통치할 지에 대해서 큰 견해 차이가 있어서 협상이 미루어지고 있습니다.


북쪽은 미국의 중재로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11월 27일 새벽 4시부터 60일간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1월 17일이면 휴전 협정 기간이 끝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아! 어젯밤 11시 29분에 또 텔아비브에는 사이렌이 화나게 다시 울렸습니다.

한국의 계엄령 발표와 제주항공 참사에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어서 10시 반에 수면제를 먹고 11시쯤에 잠이 들었으니까, 잠들고 30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진짜로 약기운 때문인지 사이렌 소리는 귀에 들리는데 몸이 천근만근 만천 근이라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습니다.


죽기 살기로 일어나기는 한 것 같은데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픽하고 결국 넘어졌습니다. 우리 침대는 높지가 않은 편이라 벽에 살짝 부딪힌 것 같았습니다.

"아이고!"

아직도 약기운 때문에 잠결이라,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도 겨우 일어나다가,.

"케븐아, 천천히 천천히..."

" 응, 난 괜찮아"

난 남편보다 먼저 방을 나섰고, 내 방 바로 맞은편에 있는 딸 방문을 열었습니다.

벌써 일어나서 추웠는지 후드티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사이렌이 울리고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텔아비브는 1분 30초 안에 대피를 하고 대피를 한 후 미사일이 폭파되는 소리가 들리고 난 뒤 10분 더 대피소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저는 무거운 몸과 자꾸 감기는 눈과 실랑이를 벌이며 2층 계단까지 겨우 내려가 젊은 이웃이 서 있길래 그 앞 계단에 주저앉아 머리를 다리 사이로 거꾸로 쑤셔 넣었습니다. 수면제 한알과 세로켈 200g은 저를 이 난리 중에도 잠이 들게 만듭니다.


계단에 있던 사람들의 올라가는 신발 소리가 들리길래 저도 고개를 들고 올라가기 시작했고, 내 앞에서 걸어 올라가는 이웃의 발이 맨발인 게 그 와중에 눈에 띄었습니다.

'음,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중에 사이렌이 울리면 어떻게 하지?'

' 샤워하고 있는데 사이렌이 울리면 어떡하지?'


저는 화장실에서 사이렌이 울리면 대피를 포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중간에 보던 볼일과 샤워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4층 꼭대기에 있는 우리 집에 미사일 잔해들이 떨어지지를 않기를 운명에 맡기고 하던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어젯밤에는 정신이 없어서 대피를 남편과 딸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2층 계단에 그들은 아마도 3층 계단쯤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계단을 올라 집으로 돌아와 보니 바로 딸이 절 따라 들어왔고, 그다음에 남편이 따라 들어왔습니다.

" 딸, 잘 자!"

짧게 내뱉고 제 방에 들어가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제게 희미하게 드는 어젯밤 기억입니다.


이스라엘에 살면서 운전 중에 사이렌이 울린 적은 두 번이 있습니다.


한 번은 회사에 출근을 하던 중에 아침에 하얄론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다른 차들이 하나 둘 멈추길래 자동차 창문을 내리니까 사이렌 소리가 들려서 저도 차를 조심스럽게 한 곳에 정차하고 밖으로 나와서 차 옆 바닥에 엎드렸습니다.


엎드리고 나서 몇 초 후에 하늘에서 요격되는 미사일의 하얀 꼬리들을 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와! 이거 완전 영화다!'

영화가 현실이 되는 나라가 이스라엘입니다.


두 번째도 하얄론 고속도로였습니다. 이번에는 회사에서 퇴근을 할 때였는데 제가 먼저 사이렌 소리를 들었습니다.

다른 차들은 쌩 쌩 거리며 지나치는데 저에게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차를 멈추고 싶었는데 다른 차들이 계속 속도를 내고 질주들을 해서 제 차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그렇지만 미사일이 요격되기 일보 직전에 다른 차들을 피해서 제 차를 정차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제 자동차 옆에 엎드리지 않고 새롭게 지시 전달 된 대로 고속도로 옆에 있는, 잔해물에 파괴될 아무 방해물도 없었던 빈 공간에 엎드렸습니다.

고속도로 외곽 라인에 차례차례 엎드려 있는 사람들이 길게 보였습니다. 물론 그냥 차를 운전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운명과 명을 제가 결정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적어도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래도 죽지는 말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일단 태어났으니, 하늘이 주신 명대로 살아 보자고 하고 싶습니다.

너무 사는 게 힘들다면 일단 다 모두 멈추고 당신의 24시간을 크게 쪼개서 천천히 살아보는 게 어떨지 권유하고 싶습니다.


하루 24시간을 먹고, 자고, 쾌변 하는 3가지 목표에만 전력하십시오! 당신이 이 3가지 일만 해냈다면 그 건 성공적인 하루가 된 것입니다.

나머지는 부수적인 엑스트라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은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남 생각은 조금 덜 하시고 당신에게 집중하며 편안하게 사십시오.

'세상 그거 별거 있나요? 이미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 태어나셨으니 당신의 존재는 이미 세상에서 선택받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2025년! 모든 분들에게

"아자! 가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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