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어렵게 구한 책이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서
기분 나쁜 책이다. 스토리가 엔딩이 아닌 채로 구급차에서 그녀가 영혜인지, 그녀의 언니인지 나로서는 결말이 불확실했다. 책을 덮고 나니 가슴이 얹힌 것처럼 답답하다.
이 책은 줄거리를 설명하기가 애매하다.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자 영혜의 입장에서, 그다음은 영혜 형부의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영혜의 언니 입장에서의 단편 스토리를 엮은 책이다.
채식 주의자 책 190쪽
영혜는 죽기 위하여 살기를 선택한 채식주의자이다. 그녀는 느리고 낮았지만 단호하게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하고 그녀의 언니에게 묻는다. 간단하게 결정을 해 보면 그녀는 정신병자이자 채식주의자다.
나무가 되고 싶어 하는 편집증 환자인 동시에 채식주의자이다. 꿈을 꾸고 난 뒤부터 고기를 입에 대지 못하고 점점 심해져서 결국에는 모든 음식을 거부하고 물만 먹기를 허락하는 정신병자이다.
몽고반점- 영혜의 형부는 비디오 예술 작가이다. 영혜의 몽고반점에 정욕이 발광하여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처제와 섹스를 하다 부인인 영혜의 친언니에게 들키고 이혼을 당한다.
몽고반점 147쪽
'그는 지금 죽는다 해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이 놈은 또 한 놈의 정신 병자이다. 이런 놈의 논리는 절대 내게 먹히지 않는다. 역정과 분노가 내 가슴속에서 폭발하고 있다.
나무 불꽃 202쪽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영혜의 언니는 6살의 아들 지우가 있고, 특공대 출신인 살갑지 않은 남편이 있다. 그리고 고기뿐만이 아니라, 과일, 채소들도 거부하고 오직 나무처럼 물만을 수용하는 여동생 영혜가 있다.
그녀는 동생이 미쳤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동생이 다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동생이 정상인으로 살 수 았다고 믿고 정신요양원으로 바리바리 동생이 좋아했던 음식을 싸 가지고 다닌다.
구급차로 영혜를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면서 나무 불꽃 221쪽 '.... 어쩌면 꿈인지 몰라' 라며 최후의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못한다.
이것은 정신적으로 혹사당하고 육체적으로 번아웃되어 있는 영혜 언니의 최후의 도피 방법이다. 그녀는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치고 있다.
그러기엔 그녀가 맞닥뜨리게 된 남편과 여동생 영혜의 예술적 섹스는 더 이상 그녀가 평범하게 하루를 살지 못하게 희망의 벽을 무너뜨렸다.
찾고 찾고 찾아서 드디어 읽게 된 채식주의자 책은 내게 어둠과 죽음을 상기시켰다.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라고 나직이 묻는 영혜에게 나는 속삭이고 싶다.'
"영혜야, 괜찮아! 죽어도 돼! 채식주의자로 살지 말고 나무가 되지도 말고 차라리 죽어서 너의 고통을 끝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