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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줌바 (zoomba)- 환상의 일상 탈출

줌바 운동은 나를 미치게 한다!

by Kevin Haim Lee


나이가 50이 넘으면 운동이 보약이다. 이스라엘도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다들 운동에 아주 열광적으로 열심이다.


집 앞 쇼핑센터 1층은 텔아비브 컨츄리 클럽이다. 6 레인의 수영장이 있고, 이층 넓게 Gym이 있고, 3층의 건물 곳곳의 방에서는 요가, 필라테스, 에어로빅, 타이치 등등의 45분 수업들이 오전부터 밤까지 꽉 차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이곳으로 점심을 챙겨 와서 하루종일 수영장에서 지냈다. 아이들에게도 더없이 남아도는 힘을 맘껏 소비할 수 있는 장소였고, 나는 간간히 자쿠지에도 몸을 담그고, 아이들이 물 밖에 있을 때는 사우나에도 가서 일주일의 피로를 풀기에도 제격이었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나서 더 이상 내가 수영장을 데리고 갈 필요가 없게 되면서 난 이곳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매일 요가, 필라테스와 줌바를 등록했었다. 특히 줌바는 스페인 삼바 음악에 나를 맡기고 한참 흔들고 나면 온몸에 땀이 흐르고 스트레스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때 남편은 나에게 올림픽에 출전하냐며 매일 밤마다 운동을 가는 나에게 핀잔을 주었었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아이들을 돌보다가 남편이 퇴근을 하고 나면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무조건 운동을 하러 달렸다.


2018년에는 마라톤 그룹에 등록하여 6개월 동안 동네 친구들과 훈련을 한 후 10Km 마라톤 대회에도 참여했었다. 그리고는 무릎이 고장이 나면서 달리기를 관두고 그때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줌바 (zoomba)이다.


나는 원래가 신나는 노래를 좋아했고 열광적인 춤을 어렸을 때부터 따라 했던 아이였다. 나이가 들어서 20대 때에는 친구들과 호텔 나이트를 전전하면서 그 당시에 유행하는 댄스 음악에 맞추어 미치도록 춤을 추며 살았다.


30대에 이스라엘에 결혼하여 살게 되면서 춤을 출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스라엘에서 춤을 출 기회는 결혼식장이나, 친구 생일잔치를 가라오케에서 하게 될 경우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출 기회가 생긴다.


이스라엘 결혼식은 결혼 의식을 밤 9시쯤 한 15분가량 간단하게 한다. 가끔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후파(chuppah)에서 서로 양가의 부모님과 형제를 데리고 포도주를 마시고 신랑이 오른쪽 발로 컵을 밟아서 깨는 행사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 행사가 끝나고 나면 이제 마음껏 먹고 즐기는 결혼식 연회가 시작한다.


보통 수십 가지의 샐러드와 닭고기 요리, 생선 요리, 소고기 요리에 와인과 맛있는 빵, 우리가 좋아하는 쌀 밥 음식이 3번에 거쳐서 나오게 된다.


각 테이블에 지정된 웨이트리스들이 주문을 받고 샤샤삭 음식을 가져다준다. 첫 번째 음식을 반쯤 먹고 나면 디제이가 신나는 음악을 연회장 가득히 폭탄처럼 틀어준다. 그러면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 소리소리 지르면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여기에 나이는 상관없다. 모두들 신랑 신부를 축하해 주기 위해서 열광적으로 이 시간을 즐겨야 한다.


신나는 춤으로 20여분이 지나면 신랑 신부가 나타나고 슬로 음악이 나오면서 그들이 슬로 춤을 추기 시작하고 조금 기다렸다가 다른 커플들도 슬로 춤에 동참하게 된다.


이제 음악이 끝나고, 우리는 두 번째 음식을 먹게 된다. 춤을 추느라고 소비된 힘을 고기 종류로 다시 먹고 이제 다시 두 번째 광란의 춤 플로우에서 온 힘을 다해서 춤추고 가끔씩 돌면서 가져다주는 알코올 샷들을 마시면서 기분도 알딸딸 해 진다.


다시 음악이 멈추고 이제는 달고 아싸 한 디저트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쯤이면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신호이다. 이 시간을 맘껏 즐기고 기력이 빠진 사람들과 춤을 출지 모르는 사람들은 신랑 신부를 찾아 꼭 축하한다고 말하고 자리를 뜬다. 이때가 보통 밤 10시 반에서 11시 정도이다.


빠질 사람들이 이렇게 빠지고 나면 이제 신랑 신부의 친구들은 새벽 4-5시가 될 때까지 마시고 춤추고, 소리 지르고, 취해서 쓰러지고, 두 번 다시없을 그들의 결혼식을 원 없이 열광적으로 축하하며 새벽을 맞이한다.


50이 넘으면서 초대되는 결혼식은 친구의 자식들, 친척들의 자식들 결혼이다. 친구 부모로 결혼식에 초대되면서 광란의 춤을 출 수는 없다. 점잖게 앉아서 식을 보고, 음식을 부지런히 먹고, 젊은이들이 추는 춤을 넋없이 바라보다 10시 30쯤이면 대충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나에게 줌바(zoomba) 운동은 최적의 탈출구였다. 화요일 저녁, 금요일 오전이면 줌바 음악에 몸을 흔들어제끼며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당연히 강사의 플레이 리스트에는 싸이의 오빠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왔고, 요즘은 로제의 아파트도 흘러나온다.


1시간을 뛰고 땀을 흘리고 나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된 듯이 가슴이 쿵쾅거린다.


2021년부터 마음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작년 11월까지 거의 5년 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다. 우울증의 늪은 손도 발도 꼼짝하기가 싫다. 밖에 잘 나가지 못하고 거의 침대에서 하루를 많이 보냈던 거 같다. 작년부터 치료 약이 효능을 보이면서 작년 12월부터 요가와 필라테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부터 다시 용감하게 줌바를 시작했다. 일단 다리에 힘이 예전만큼 없기 때문에 일주일 중 금요일 오전에만 참가를 했다.


앞줄에 계시는 줌바 경력자들을 보고 있자면 어찌나 몸들을 잘 들 돌리고 순서를 잘 기억하시는지 입이 떡 하니 벌어진다.


나는 맨 뒷 줄에 초연하게 서서 왼쪽, 오른쪽이라도 맞추어 보려고 몸을 움직여 보지만 빠른 samba 음악에 머리는 돌아가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난감해진다. 줌바 강사는 순서에 신경 쓰지 말고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계속 줌바를 즐기고 있다. 마음껏 엉덩이를 돌리고 다리를 움직이며 줌바의 야릇하고 섹시한 스페인 음악을 마음껏 들으면서 나의 마음의 병을 조금이나마 벗어나려고 열심히 흔들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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