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한 달째
한국에서의 나의 생활은 여유롭다.
밤 11시에 잠이 들면 아침 9시쯤 호로록 잠이 깬다.
밖에서 아침 7시부터 루틴으로 야채를 갈아 드시는 어머니의 믹서기가 "드르렁 쌕쌕" 굉음을 내도 나는 꿋꿋하게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아침 TV을 틀어 놓고 뉴스를 보시면서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심바'를 어르시는 엄마의 목소리에 겨우 9시쯤 눈이 떠진다.
불면증이 있는 나는 물론 잠들기 위하여 수면제를 한 알 복용하고 약을 먹고 30분쯤이 되면 스르륵 잠이 든다.
수면제 약 때문에 아침까지 깊게 잘 수 있는 것 인지 모른다.
오늘부터 수면제를 '한 알 대신 반 알을 먹을까' 고민 중이다. 이스라엘에서 가져와 한국에서 가져온 약이 몇 개 모자를 듯 싶기 때문이다.
수면 문제는 한국에서 이렇게 해결이 되었는 데 나의 지옥 같은 문제는 체증 증가이다.
나는 내가 먹는 조울증 약 중 하나는 체증 증가의 후유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약에 있는 성분이 살찌는 호르몬을 만든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에게 이러한 증상이 있으니 약을 바꾸어 보면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봤지만, 의사는 나의 조울증 치료 경과를 보면 약을 바꾸면 안 되고 계속 이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사실 이스라엘에서는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한국 밥처럼 해 먹을 재료도 의욕도 없었다.
11시쯤 커피 한 잔, 오후 1시쯤 샐러드, 4시쯤 탄수화물, 6시쯤 과일 샐러드 정도를 먹고 하루를 견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개월 정도가 지나자 5킬로 정도 체증이 불어났다.
한숨이 푹푹 나고 몸무게 스트레스로 마음이 찌그러져 갔지만 복용하는 약을 끊을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었다
한국에 오면서 3개월치 약을 준비해 왔는데 내가 계산을 잘 못 한 모양이다.
오늘 아침 확인을 해 보니 2가지 중요한 조울증 약이 보름 정도가 모자라다. 가슴이 철렁한다. 약을 안 먹으면 절대로 안 된다고 의사가 신신당부를 했었다.
불뚝 튀어나온 나의 아랫배를 보면 이 참에 약을 끊어 버리면 '체중이 더 불지 않으려나!'
악마 같은 유혹이 나에게 속삭인다.
'한국에서 의료 보험 없이 약을 사려면 가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오늘 한국 정신과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약 처방전을 받기로 마음을 정했다.
조울증은 고칠 수 없는 병중에 하나다. 의사의 말로는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 기분도 좋고 이것저것 하면 재미도 있고 행복하다. 하지만 이 마음은 언제 깊은 슬픔과 무기력의 심연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이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체증이 불어나는 악몽보다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선과제이다.
어제는 5시에 저녁을 먹고 집 앞 공원을 1시간 돌았다.
촉촉한 땀이 온몸에 스며들고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이 생각나는 한국의 음식들은 너무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먹기로 작정을 한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체중계에 살짝 올라갔다.
'으악! 안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200그램이 늘어났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안 먹어도 찌고 먹어도 찌는 살은 인생 최대의 악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