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탄핵에 대한 민감한 부분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나 또한 판사 앞에서 선고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작년에 아동학대 건으로 기소를 당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니라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우리나라 법이 그러하고 아동학대가 맞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수업시간에 친구와 놀뿐 아무것도 안 하는 아이에게 너도 활동에 참석하라고 했더니 나에게 엄청 불손한 태도로 대들어서 나 또한 뭐라고 했는데 그게 아동학대로 한다. 내가 어린 시절 만약 선생님께 그렇게 했다면 그 결과는 참으로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부모는 나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고발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나의 수난기. 시청과 경찰서로 불러 다녔고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야 했다. 아이의 부모는 왜 나를 이토록 끝까지 몰고 가나 싶을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여튼 학교를 잠시 떠나라는 주위의 권유에도 나는 그만둘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나 스스로 내가 잠시 떠날 정도의 잘못은 아녔다는 양심의 소리에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참 다행스러운 것은 교육청의 도움이었다. 얼마나 요즘 이런 일이 많았으면 교육청에서 예산을 마련해 변호사비를 지원해주고 있었다. 문제는 담당 변호사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왜 그렇게 주위의 확인을 받아야 된다며 요구사항이 많았다. 오히려 나의 잘못을 더욱 부각하는 것 같아 변호사는 사용 안 하고 그냥 나 스스로 변호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지리했던 1년 간의 싸움. 나의 편이 되어줘야 할 집사람 마저 나를 비난하였다. 정말 괴롭고 외로운 싸움이었다. 처음 교육청에서 들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주위에서 잠시 교직을 떠나 있으라는 것을 따를 것인가와 끝까지 물고 뜯고 싸울 것인가였다. 첫 번째는 마음을 편한데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고 두 번째는 인정하지 않지만 마음고생은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선택은 역시 나의 몫이었다.
나는 끝까지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해야 했다. 아닌 것을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으로 살아온 사람을 써 지켜야 할 것은 있기 마련이었다. 하여튼 그 후로 경찰서와 시청 쪽에서 조사가 들어왔고 생각보다 괴로웠다. 계속해서 나를 아동학대로 몰아가고 있었다. 끝내 법원에 도착하였다. 법원 대기실에서 혼자 앉아 있는데 벽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하나라고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다" 참 좋은 말이었다. 한참을 그 뜻을 음미하고 있는데 나의 이름이 불러지고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재판장에 들어섰다.
"모든 혐의를 인정합니까?" 오랫동안 조사를 받으며 나의 생각을 정리했는데 차라리 판사 앞에서는 인정하는 게 오히려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예"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서류를 보던 판사는 결론을 내렸다.
"요즘 아이들이 버릇이 너무 없죠. 아동 학대 상담을 6개월 받아보세요."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1년간의 지리한 싸움과의 결과가 상담 6개월로 마무리되었다. 잘된 거라면 그럴 수도 있다. 실형이나 벌금이 얼마 이상 나오면 공무원인 나에게 그 직을 박탈당하고 게다가 지금까지 들어놓은 연금까지도 날아간다. 상담은 어차피 인생에서 몇 번은 받아야 되는 일이라 가끔 생각하던 바였다.
이번에 대통령 탄핵을 TV로 보면서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대통령도 재판에서 못 버텼는데 오히려 나는 잘 버틴 듯싶다. 그건 선거로 대통령이 된 거보다 나의 노력으로 직업을 가졌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는 그걸 더욱 소중히 여기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이 점을 이야기해 줘야겠다. 내가 지금 읽고 쓰고 말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