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종지도' 고등학생 때 배웠던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여자들은 삼종지도라 하여 어려서는 아버지에게, 결혼 후 남편에게, 남편 사후 자식에게 지도를 받듯이 살아야 탈이 없다는 남존여비 사상의 끝판왕으로 사용되었다. 나는 그 당시 조선시대에는 여성의 권리가 참 부족했구나 생각 들었다. 조선시대 여자로 태어나면 그야말로 지옥도가 그려졌을 것이다. 그 시대를 견딘 모든 여성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갑자기 왜 '삼종지도'란 말이 생각났을까? 바로 지금의 나의 상황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 부모님을 위해 직장에 들어갔다. 근무하면서 물론 참 기분 나쁜 일도 많았고 억울한 일도 많았지만 꾹 참았다. 아마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참았나 싶다. 그런데 지금은 결혼도 하고 나의 자녀들도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다. 그런데 부모님을 위해 근무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나의 아이들을 위해 근무하는 나를 발견하였다. 이게 웬일일까? 나는 분명 부모님을 위해 근무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니 아이들을 위해 근무하고 있었다. 직장생활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 항상 문제가 일어나고 스스로 괴로워하고 견디고 뭐 이런 사이클을 갖다 보면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나이 들고 돌아보니 웬걸 어려울 때 집에 있는 아이들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그러면서 아이들을 위해 조금만 더 참자로 바뀌는 마음을 느끼곤 한다. 이게 뭔가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어렴풋이 생각이 났는데 바로 '삼종지도'였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좀 더 찾아봤다. 삼종지도란 공자가 처음 한 말로 어릴 적은 아버님을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 사후에는 자식의 말을 따르는 게 도리라고 하였다. 사실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이것을 곡해하여 여성들을 억압하는 명분으로 사용하였지만, 그 원래의 의미는 상당히 신뢰성이 있다. 꼭 여성에 한정된 말이 아니다. 나는 남성이다. 남성도 내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삼종지도가 맞는 거 같다. '따른다'라는 말대신에 '위한다'로 바꾸면 현재에도 쓸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어려서는 부모를 위하고, 결혼해서는 상대방을 위하고, 상대방의 유고시 아이들을 위한다.
이렇게 쓰고 하루가 지났는데 뭔가 이러면 이유가 어떻든 내가 마치 조선시대 삼종지도를 찬양하는 거 같아 걱정스러웠다. 저녁에 유튜브를 보다 내가 좋아하는 탤런트에서 무당이 된 정호근의 영상을 보니 어느 한의사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한의사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정말 최선의 노력을 통해 한의사로 성공하였는데 이제는 본인이 하고 싶은 사업을 하고 싶어 찾아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호근의 점사는 해서는 안되고 오직 한의사의 일을 하기를 원하였다. 이유는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본인만 조금 고생하면 자녀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데 만약 한의사가 아닌 다른 사업을 할 때는 그게 안된다는 점이었다. 바로 내가 느끼는 바였다. 나 또한 직장생활이 어렵고 힘들고 정말 어떻게 하면 그만둘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조금 힘들다고 그만두면 나의 자손들이 지금의 나처럼 고생하는 삶을 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 어렵더라도 버티면 나의 자손들도 본인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든다. 삼종지도는 사람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본인이 아닌 그 자녀들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 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