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있기 마련이다. 정말 우연하게 나를 꾸준히 괴롭히고 있는 일들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데 오늘 아침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앞집 아저씨를 만났다. 앞집 아저씨는 나와 같은 교직에 있어 안면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분에 묘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누구에게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드물다. 어렸을 적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게 느끼는 열등감 이후에 성인이 되어 열등감에 휩싸여 보기에는 처음인 듯싶다. 때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러간다. 그 해 전문직 시험이라고 하여 나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1차 필기시험에서는 붙었는데 2차 면접에서 아쉽게 낙방하고 말았다. 세상이 나를 버린 느낌을 처음으로 가졌고 좀 겸손하게 살라는 하늘의 뜻 같아 겸허히 받아 들었다. 그런데 하필 앞집 아저씨도 나와 같이 2차 면접시험을 봤고 그분은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다. 너무 부러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 후 그 분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는 날이면 왠지 내가 작아지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분이 내게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분만 보면 왜 그렇게 나의 마음이 쿵쾅거리고 쑥스럽고 얼굴이 벌겋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나왔을 때의 가슴 아픔과 최종적으로 화가 났다. 올해 벌써 7년이 지난 일인데도 그때의 감정과 전혀 다르지 않다.
내가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생각나는 일이 있다. 바로 청소년 시절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아 공부는 뒷전이고 항상 신나게 놀던 생활을 하는데 한눈에 봐도 예쁜 여학생을 우연하게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많이 모범적인 모습에 더욱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에게 쌀쌀하게 대하는 그녀에게 이유가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바로 이유가 공부였다. 그 당시 공부는 아예 안 했기에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만나자는 이야기가 그 당시 내가 공부를 못해 그만 만나자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실력이 아예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그녀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 봐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마 나의 생활을 반성하는 눈물이 이었던 것으로 생각 든다. 그렇게 더 이상 만나지는 못했고 그 후로 나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후 각자 대학생이 되어 또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의 감정이 이미 지났기에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나는 대학생이 됨으로 공부와는 또 담을 쌓고 열심히 놀았다. 그랬더니 지금 또다시 부끄러운 일이 생기는 거 같다. 나이도 이제 많이 들어 곧 50이 되는데 집사람을 비롯하여 주위에서 웬 공부? 냐며 이제 그만 노력하고 편히 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청소년 시절의 그 여학생에 이어 앞집 아저씨를 보는 순간 나는 알았다. 공부는 평생 하는 거였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