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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의 추억

by 정수TV

이 이야기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재이기 때문에 쓰는 게 망설여지는 주제이다. 바로 체벌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요즘은 체벌이 정말 없어졌다. 하지만, 내가 학창 시절이나 교직에 처음 나왔을 때는 사랑의 이름으로 체벌을 많이 받았고 또 했다. 물론 체벌이란 게 원래 많이 감정적이라 과할 때는 항상 탈이 나게 마련이다. 나 또한 너무 심한 아이들을 체벌로 다스렸다. 그런데 그게 2005년쯤으로 기억이 난다. 그때 철봉에 매달린 친구를 뒷에서 밀어 넘어뜨려 전신마취 수술을 받게 하고 교실 출입문 유리을 깨뜨려 주위를 놀라게 하는 아이가 있어 내가 왜 그러느냐로 물었더니 매우 반항적인 행동에 순간적으로 체벌을 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도 과했던 게 그간 여러 문제 행동이 기억을 스치며 체벌을 평소보다 더 힘이들어가게 되었다. 원래 체벌은 정해진 규칙이 있을 때여서 30cm 막대기로 과하지 않게 손바닥과 엉덩이를 체벌을 하도록 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날은 나도 정해진 규칙을 어기게 되었다. 역시나 문제가 생겨 그의 부모님들이 학교를 찾아와 학교를 뒤집어 놓고 나의 교권을 침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정중하게 사과는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끝내 주위의 권유로 약간의 위로금을 전달하고 일이 마무리되었다. 나중에 떨어져 지내는 아이 아빠와 소주를 마시며 안 사실이지만 그 아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가정형편을 알고 깊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군들 가정형편이 안 좋다고 하여 그 스트레스를 친구들이나 학교에 와서 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고 본인이 유리를 깨고 친구 일부러 다치게 한 것에 대해서는 나에게는 큰 피해를 줬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지도를 한 것에는 후회는 없다.

교직에 있다 보면 참 많은 아이들을 만나는데 대부분이 그렇지는 않지만 꼭 반에서 1~2명 정도는 위에 얘기했던 아이처럼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남에게 큰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한다. 그럴 때는 딱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내던가 바르게 고쳐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초임 때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하고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교권침해가 발생하게 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이라면 누군들 피해 갈 수 있을까? 그렇다고 무시를 하고 있으면 더욱 난리를 치며 학습 분위기를 흐리게 마련이다. 각종 규칙을 적용하며 대처를 하지만 현실적으로 참 어려운 문제이다. 가정에서도 관심 없는 생활지도를 학교에서 한다는 게 한계가 있고 자칫 그 아이 부모와 멀어지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교사는 교사일 뿐 부모가 아니다. 가끔 이 사실을 잊고 부모라고 생각하여 감정 이입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오히려 단순하다. 문제 아이에게 관심을 거두는 것이다. 이게 교사로서 가능한 말이겠는가?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에 실패한 경우 오히려 교사인 내가 교직을 떠나게 되는 원인이 된다. 교직 교육을 받았던 교육대학에서는 오직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하라고 가르쳤고 그것을 실천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나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그냥 지식이나 잘 가르치고 학교에서 보육이나 잘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내가 해가 가면 갈 수록 교사로서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예전에 어느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바람이 분다고 바람을 탓할 것인가?"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학부모나 학생들이 생활 지도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그들을 탓을 것인가로 생각 든다. 나는 이 글을 쓰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과연 옳은 말인가? 마치 선배 교사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현실에 맞서 싸우고 혁신하고 아이들을 사랑해야지.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난 교육방법이고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다.

이번 글들은 나를 괴롭히는 것들에게 대한 고찰인데 처음에는 농담처럼 가볍게 시작했는데 쓰면 쓸 수록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이 또한 나를 괴롭혔던 문제들이었으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꺼라 생각든다. 그러니 내가 느끼는 교육은 가르치는 학생들은 그냥 가르침의 대상으로 봐야지 그 이상도 이하도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부모가 교사가 될 수 없듯이 교사도 부모가 될 수 없다. 20년 이상을 교직에 몸담고 있지만 아직도 이 문제의 해결책을 못찾은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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