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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by 정수TV

몇 해 전 우연하게 만난 상담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고 하는 것은 마음에 병이 있다는 거예요." 나는 그 당시 이 말의 의미가 뭔지 몰라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가끔 이 말이 생각나고 항상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그때 상담 선생님은 바로 나를 위한 말이었다.

큰 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마음이 잘 맞는 교직원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분도 당연히 있다. 그런데 나는 모든 교직원에게 좋은 인상과 좋은 마음으로 대하고 있고 그게 만약 어긋나면 힘들고 괴롭다. 머릿속에서는 이 상황이 이해는 되지만 마음은 울렁거리며 어떻게 하면 사이가 벌어진 그 분과 가까이할 수 있을까 온갖 고민을 하게 된다. 아무 일도 없는 휴일에는 더욱 생각이 난다. 일부러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이 난다. 집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나는 초등학생 때 겪었는데..."였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아마도 어린 시절 이 문제로 한차례 겪었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고 있는 듯하다 나도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 시절 제5차 교육과정을 배운 평범한 소시민으로 이미 내년이면 50대로 접어드는 나이인데도 아직도 이 부분에서 낯설다. 어린 시절 주위의 사랑을 독차지해봤으며 학창 시절 선생님들로부터 물론 혼나기는 했고 지독하게 나를 미워하던 아줌마 선생님도 계셨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내 인생을 살아왔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어 결혼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이 부분이 나를 참 많이 괴롭히는 듯하다. 가정과 직장만을 오가는 생활을 해서 그런가? 마치 가정에서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 것처럼 직장에서 누군가 나를 미워하면 그게 그렇게 서운하고 괴롭다.

분명 나의 마음속에 마음의 병이 있는 듯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하고 또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마음이 힘들게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 아마도 어린 시절 부모님께 사랑받기 위해 노력해왔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듯하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무섭게 나를 다루었던 분께 나를 조금이라도 싫어하면 정말 힘들게 했기에 나도 모르게 그분께 잘 보이려고 갖은 애양과 눈물겨운 노력을 해왔기에 성인이 된 지금도 누군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서운한 소리를 하거나 행동을 하면 무슨 큰일이 나는 양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면 그 사람의 마음이 그럴 뿐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가 온 듯싶다. 그래야 누구에게나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에서 벗어날 것이다. 나도 지금 이 순간부터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할 수도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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