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 과정을 생략하는
5분 무반죽 레시피
대충 섞어 상온에 마냥 방치하기 ^^
놀며 쉬며 하는 쉬운 발효
때로는 견과류나
말린 과일을 다져 넣기도 하고
투박함이 매력인 빵
반죽 한 덩이가 부린 마술
언제든 구울 수 있는
냉장실 저온 발효도 가능하다
손이 익힌 것을
몸은 기억한다
어제는 할 수 없던 걸
오늘은 할 수 있는 것
보낸 시간만큼
돌아와 쌓이는 것
그런 것이 살림이다
오랫동안 빵을 구웠다
거짓말 조금 보태
눈 감고 빵을 굽는다
커피나 라면처럼
빵도 손 맛이란 게 있는 건지
투박하기만 한 내 빵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딸아이가 어릴 땐
모양새와 욕심으로
달달하고 기름진 빵을 구웠지만
지금은 간소한 끼니를 위한
담백한 식사용 빵을 굽는다
빵을 구워 식탁을 차리던
지구 반대편 그네들 찬장 속에
한 덩이쯤은 있었을 것 같은
구수하고 묵직한 시골 빵
식탁 위에 통째로 두고
쓱쓱 썰어 수프나 치즈 채소와
허기진 끼니를 채웠을
우리의 밥만큼이나 소중했을 빵
칼집을 깊게 넣고
금세 빵빵해지는 빵
내일은 어떻게 먹어볼까
자기 전 반죽해 두고
아침에 구우면 빵 모닝
식빵부터 바게트 호떡도 가능한
나만의 빵 반죽
어째 꽈배기랑 호떡 생각이... 하지만 이건 치아바타 반죽 ^^
둥글둥글 대충 뭉치는
진짜 쉬운 빵 성형
덧가루 뿌리는 걸 깜빡하면 쌩얼 빵 ^^
오늘은 모양 대신 맛으로 ^^
구멍 빵빵 치아바타 ~ 완성
빵 칼이 없어도 괜찮다
오히려 깔끔하게 잘라진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물건을 비워
일상 노동을 최소화하고
경제활동을 줄여
시간을 만든다 해도
나만의 일상이 없다면?
어떤 것들에도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일상을 살며
내게 의미 있는 것들을
아끼고 지켜 유지해 나가는 것이
나의 미니멀 라이프였으면 좋겠다
밀가루 소금 물 이스트
단순한 재료에
드라마틱한 완성품
핸드메이드 빵의 매력
돈을 벌어 빵을 사 먹는 것
돈을 벌지 않거나 적게 벌고
빵을 구워 먹는 것
나는 후자를 택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날까지
처음 그 다짐처럼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으니까
빵 굽기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거니까
물건들에게서 찾던 완전한 내 것
나만의 일상이야말로
그토록 찾던 완전한 내 것이 아닐까
나만의 오롯한 일상
완전한 내 것인 빵 굽기
밥 짓는 냄새를 닮은
빵 굽는 냄새가 참 좋다
집안 곳곳
구수한 향이 가득하다
지루한 일상의 흔적을 덮고
기분 좋은 허기를 부른다
내일은 올리브 빵을 구워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