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 부엌은
따뜻하고 소박한 밥상의 위로
*2021.01.08
나물로 미움받을 바엔 차라리 기름을 씌우고
데치기만 하면 끝
차가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요즘 초장 대신 마요네즈 찍어 먹는 맛이 들었는데
조리과정이 없어서 너무 좋더라
떡국 먹고 남은 떡으로 냉파 떡볶이
우리 집 아가씨는 나만 보면 떡볶이가 생각나는지
정말 아무 때나 떡볶이 타령인 거야
하루 세끼 먹기란 정말 치열한 일이지
퇴근하고 양푼에 막 비벼 먹는 비빔밥은 진짜 꿀맛
얼려 둔 생강으로 오늘의 부엌 마감을 하고
아침에 눈 뜨면
대추청 넣은 모닝 생강차도 꾸준히 마시고
새해 연휴엔 짝퉁 순댓국을 끓였지
어울리지 않게 말이야 ^^
겨울엔 국이 반찬이지
내일의 일용한 양식이 될 시래기 두부 된장국
빡빡하게 찹쌀 닭죽 끓여 두고 부엌 마감
오래 끓이지 않는 음식에 넣은 다시마는
건져 내지 않고 그대로 먹는 걸로
나름의 월동준비도 했었지
올 겨울 벌써
두 번째 끓이는 돼지등뼈탕
3박 4일쯤 푸짐하게
20대 아가씨가 뭘 이런 걸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라^^
서너 시간 핏물 우리기
데치듯 살짝 끓여 낸 후
마늘 생강가루
청주나 미림
양파나 대파(통째로)
월계수 잎이나 통후추 등
들깻가루(있으면 먹기 전에)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것들 넣고
끓이면서 양념하기
된장 고춧가루 청양고추
(고추장도 약간 넣었다)
집간장 참치액젓 등으로
나머지 간을 더 하고
등뼈가 어느 정도 익어가면
우거지나 무청시래기나 신김치 넣고
가끔씩 기름 걷어내 주며
은근하게 푹 끓이면 된다
얼갈이는 맛이 좀 싱겁고
시래기가 좋더라
어떨 땐 난
내 입맛이 단순한 게
참 좋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며칠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지간해선 질려하지도 않는
미니멀 부엌에 최적화된
강철 입맛
포테이토 에그 마요도 자주 만들어 두었고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그게 무엇이 됐든
정말 즐거운 일이더라
새해 첫 집 빵으로 구운 구수한 호밀빵
여전히 빵도 자급자족 중이고
직장도 잘 다니고
빨래와 청소도 밀리지 않고
나도 딸도 제자리에 잘 있으니
진짜 정말 감사한 일이야
요즘은 그릇째 슬렁슬렁 섞어
주로 냉장실에 방치하지
내가 잠든 사이에 너는 발효를 하였구나
24~48 시간 저온 발효해두면
시간 구애 없이 원하는 시간에 구울 수 있지
결과물도 훌륭 , 맛도 좋거든
국이나 찌개는 하루 한 끼만
아침은 되도록 간단하게 먹기
요즘 혼자만의 아침식사
겨울 셀러리가 참 달더라
팬 한쪽에서 익히면 예쁘게 익는다
아침 먹는 건 10분이면 충분하지
딸아이가 먹던 편의점 도넛은
어느 날 내 아침이 되었고
검은색은 푸룬인데
아침으론 요정도가 난 딱 좋더라
불고기 한 근 단짠단짠 하게 양념해 두고
데친 봄동은 된장, 들깻가루로 무치고
재워 둔 불고기에 양파와 당근만 넣어 볶아
어느 날의 저녁 한 끼를 만들고
다음날엔 이렇게 준비해서
매콤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
따로 구워낸 불고기를 올려 불고기 파스타로 또 한 끼
살다 보면
너무너무 힘들 때가 있지
특히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면 안 되거든
누구에게도 속하지 말고
집착도 하지 말고
어느 정도 공평해지면
괜찮아질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야 해
시간을 촘촘하게 쓰는 거지
반복적인 일과를 사는 걸
남들만큼 못 사는 걸
지겨워하면 안 되지
두려워하면 안 되지
청소를 하고
식사를 차리고
자리를 정돈하고
그건 내가
흔들리지 않을 중심 같은 거라고
그런 게 즐거워진다면
조금은 편안해질 거야
내가 원하는 건
내 하루에 다 있다
라고 나는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