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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 Feb 08. 2023

난방비 폭탄? 구축빌라에서 겨울나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


70년대 초 생인 내가 어릴 때

흔하게 듣던 말이다


올 해로 22년 차에 접어든

구축 빌라 탑층 18평에 살고 있는

우리 집 겨울 난방비 이야기다


남향인 우리 집은

해가 있는 시간엔 난방 없이

영하의 강추위에도

19 ~22도 이상 유지 된다


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구축 탑층의 특성상

실내온도는 훅 떨어진다


단열 기준에 대한

건축법이 바뀌고 지어진

요즘 신축 빌라들은

보일러 가동 없이 밤 시간에도

한겨울 20도쯤은 유지한다고 하고


또 사방 베란다를 트는 게 보통인

신축 아파트의 북쪽 부엌이

밤에는 17도까지 떨어져

비닐커튼을 달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니

집의 장단점도 추운 정도도

살아 본 사람만이 안다


집집마다 천차만별

유지되는 실내 온도는


집의 연식

창호와 단열 상태

추위를 느끼는 정도의 개인차

겨울 실내복의 기준

바닥 생활 유무

어린아이와의 거주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인데


또 하나는

추위를 느끼는 정도에도

내성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오래전 코스트코에서

단돈 만원 정도에 구입해

간절기 이불로 사용했던

밍크 느낌의 담요


단호했던 비움 과정에서

이걸 비우지 않았던 나를

겨울을 맞을 때마다 칭찬하고 있다


해마다 12월 초쯤

침대 매트 위에 이 담요를

한 겹 더 씌워 주는데


포근함이 전기장판의

저온 기능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잠자리에 들 때

면 매트의 찬기도 느껴지지 않고

내 체온과 솜이불이 만든 온기를

그대로 저장해 주는 느낌이다


마치 후리스를 입고 자는 포근함 같은?


내내 이어지는

영하의 겨울날씨에

담요를 깔고 안 깔고의 차이는 정말 크다


집집마다 하나쯤 있는

극세사 무릎담요가 있다면

등 부분만 깔아 봐도 그 효과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전기매트에 눕거나

온천탕 황토방 사우나등

일명 지진다... 는 것들과는

취미도 없고

체질상 안 맞는 나는

자극적이지 않은

이런 은은한 따뜻함이 좋다


난방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인

우리 집 같은 경우


그런 점에서

이런 작은 아이디어가

꽤 큰 도움이 된다


보일러 사용 시간이 늘면

건조함으로 인해 가습기도 필요해지는데

주기적인 환기를 등한시했다간

결로로 인한 곰팡이를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보일러 온도만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우리 집처럼

풍이 있는 집은

보일러를 장시간 돌려도

천장으로 새어나가는 열이 많다 보니

실내온도가 크게 오르거나

유지되기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과

작은 공간의 부분 난방이 꽤 효율적이었다



베란다 한 겹이 더 있고

외벽이 없는 안방은

우리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


겨울 저녁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노트북 크기의

작은 발난로


하지만 따뜻함의 위력은

가히 보일러를 능가한다


1단 300W 로도

방 하나쯤은 충분히

훈훈하게 데워 주는데

전기료 부담도 매우 적은 편이다


의자를 나란히 두고

딸아이와 앉아 밥도 먹고

각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는데


겨울엔 식구끼리

이렇게 가깝게 지내는 것도

추위를 이기는 방법이 아닐까 ^^



나의 겨울용 생활 실내복


몸빼 솜바지와

빠삐용스런 도톰한 융기모티


딸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곰의 탈을 쓴 모습의

작고 짧은 아줌마의 뒤태가

돋보이는 옷이라는...^^


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산거냐 물으실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

후미진 골목에서

위아래 합

2만 원에 구입했다는 ^^


5년째 겨울동안 잘 입고 있다


이 또한 단벌로

아침에 세탁해서

오후면 다시

박제 실내복이 가능하다


정전기나 먼지 흡착도 없고

몸에서 방방하게 떠 있는 편안함과

얇게 든 솜이 찬공기를 막아주는

그런 따뜻함이 좋아서

오랫동안 편하게 입고 있다


경험상 풍 있는 집에서는

보일러에 의지한 따뜻함 보다는

실내복의 따뜻함이

훨씬 크다는 생각이다


혹시나 더 따뜻하고 편할까 해서

사고 또 사 둔 실내복이

산더미가 되신 분? ^^



춥다고

난방비를 아끼겠다고

여러 개 껴입는 건

별로다


팔이 있는 옷

다리가 있는 옷을

겹쳐 입는 건

은근 불편하니까


그래서 나는

하나만 입 돼

확실하게 따뜻한 걸 입는 쪽이다


배와 등이 따뜻하면

추위를 훨씬 덜 느끼게 되는데


보온성 있는 면티에

세탁이 편한

깔깔이스런 얇은 패딩 조끼를

덧입는 것도 부대낌 없이

따뜻하게 입는 방법이다



이른 아침이나

밤늦은 시간 홀로 책상에 앉아 있을 때

나는 꼭 숄을 펼쳐 어깨에 둘러 준다


어깨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도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



찬바람이 불면서

겨울이 시작되는 적응기에

갑자기 손발이 차가워지는 딸아이

그리고 나처럼 가끔 장에

가스가 차오르는 사람에게

정말 유용한 핫 팩


사계절 내내

잘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한 가지는

히트텍도 보온내복도 아닌


배와 등을 감싸는

닝을 꼭 입어 주는 것

개인적으로 꼭 추천하는 바다


배와 등이 허전하면

추위에 취약해진다

오랜 습관이 들어서인지

닝 없인 찬바람이 뱃속으로

막 슝슝 들어오는 느낌 ^^


그리고 거실화를 신는 것

따뜻한 소재도 많지만

답답하다면 앞코가 뚫린 스타일도 괜찮다



지난 1년간의

우리 집 가스비 내역인데


작년 겨울 같은 시기를 보면

요금은 비슷하지만

큰 폭 오른 것을 감안하면

작년 대비 더 적게 사용했다


아마도

딸아이가 직장인이 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서였을까?

집순이인 내가 이틀에 한번

머리를 감아서였을까 ^^


외출기능

온돌기능

실내온도

시간예약


효율적이라는 방법은

넷 상에 많이 떠도는데


우리 집은 해가 있을 땐

실내온도가 높은 편이라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고

해가 지고 난 저녁부터 아침까지

서너 시간 간격을 두고

시간예약설정을 해두고 사용한다



겨울날

한 줄기의 햇빛의 따사로움는

정말 소중하다


해가 없는

북쪽의 실내 온도와

이렇게 차이가 크니 말이다


좀 선선하다고 할까

개운한 기분을 주는 실내온도를

선호한다


난방으로 인한

영화관이나 지하철에서

느끼는 후텁지근한 답답함을

정말 못 견뎌하는 나는

빛이 주는 이런

자연스러운 따스함이

참 좋다고 느낀다


그래서 내내 남향집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동네를 지나치다 보면

한겨울에 반팔 반바지를 입고

주차장에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젊은 아빠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매서운 강추위에

반팔 원피스 실내복 차림으로

나를 맞이했던 지인의 집에서

목이 있는 스웨터를 입고 간 걸

진땀을 흘리며 후회한 적도 있다


옆나라 일본을 비롯해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과거에도 우리나라에 비해

난방비가 월등히 높았다


가스요금이 갑자기

큰 폭으로 오르다 보니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란 뉴스에

걱정과 부담이 되는 것도 맞지만

공과금의 오름새를 피할 순 없으니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동안 너무 오르내림 없는

에너지 생활을 하진 않았는지...

또한 앞으로는 한겨울

실내 반팔 차림새들이

많이 사라지게 될 거란 생각도 든다


에너지가 적게 드는

작은 집들의 인기는 더 많아질 테고

그러니 되도록 짐을 줄여

간소하게 살아야 할 것이고

소모적인 가전제품도 지양하는 쪽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그래서 미래엔

미니멀 생활이 여러 가지로

삶에 더 많은 도움이 되어 줄 거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



해가 날 땐

따뜻한 빛을 이용하고

춥다는 느낌이 들면

먼저 포근한 옷을 입는 것


그러고 나서

보일러를 가동한다면

난방비 폭탄만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겨울인데 말이야

얇은 티 한 장으로

보일러에 의지하는 건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냐고!


겨울엔 먼저

옷부터 따뜻하게 입어 주자고요

우리...


그러고 보니

어느새 입춘이 지났고


왠지 벌써 겨울 끝... 같은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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