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을 즐기다가 현실을 크게 부딪히는 날이 있다. 내 생일.
한 번은 생일 날 집에서 쉬면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쓸데없이 돈을 쓴다며 투정을 부렸다. 강조하고 싶은 건 난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알바를 해서 직장을 다니고 내 모든 걸 감당해왔다. 내가 번 돈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없다니. 아무 말 않고 음식을 시켰다. 밥을 먹고 있는데 엄마가 나한테 와서는 말했다. 못마땅한 투로. 익숙했다. 밥을 먹어도 나는 욕을 먹었으니까. 대표적으로 김이 그런데, 김은 공기를 만나면 금방 눅어버리기 때문에 뜯어둔 것부터 먹어야 한다. 뜯어둔 김을 밥에 싸 먹고 있었는데 그러더라. 오애 비싼 것만 먹어? 기가 찼다. 첫째에겐 절대 하지 않는 질문을 나에게 숨 쉬듯 하다니. 밥 처먹는 것도 뭐라 하면 서러운데. 운도 지지리 없지.
불쾌한 기억이 떠올라 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엄마가 그러더라. 네 생일 선물은 그때 건강검진으로 퉁 치자.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엄마가 건강 검진을 받아야 했는데 보호자가 필요하단 이유는 나를 끌고 갔다. 싫다고 얘기했으나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내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혼자 있고 싶던 나는 받아 들이고 내보냈다. 뭔가 꽉 막혀 있었다.
내 건강검진 비용을 본인이 낸 걸 억울해하고 있었다. 그래놓고 선물이라니. 아니, 생일 선물 안 줘도 되는데 그건 엄마가 내겠다고 한 거잖아. 그건 아니지. 말 제대로 해. 그러더니 아니란다. 건강 걱정되는 마음으로 해주고 싶었단다. 그러면 내 정신 건강 좀 생각해서 제발 좀 사라져줘.
방에 들어와서 찢겨진 마음을 로제 떡볶이로 채웠다. 방문을 꼭 잠구고 영화를 틀고 떡볶이를 먹는 내 세상은 안전했다. 한참을 즐기다가 밖에 나왔을 때 엄마는 화난 채로 나를 째려봤다. 기어코 네가 음식을 시켰구나. 쓸데없이 돈을 쓰는구나. 엄마는 뭐 해줄 생각도 없는 새끼가 지 입만 입이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바로 현실에 갇혔다. 그래, 이게 내 삶이지. 생일 날 축하는 물론 눈치 보며 상처를 긁어내야 하는 삶. 오가지도 못하는 나.
죽을 용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