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인사이트] 실무자의 논문 읽기
온라인 내 다양한 의견 개진이 이어지는 오늘날, 조직의 이슈가 기업의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직장 상사의 폭언, 대리점에 대한 갑질, 성희롱 등 구성원 개인의 일탈 또는 조직의 안이한 대응이 기업의 이미지 실추와 연결되고는 합니다.
한 유통기업의 경우, 구성원이 성별 비하 제스처를 자사 포스터에 포함시켜 한동안 곤욕을 치렀던 일이 있습니다. 또한 어떤 IT 회사는 직장 내 폭언으로 잘 나가던 실적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기도 했습니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더 이상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논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의 조직 소문이 기업 위기로”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를 분석해 내부 조직의 소문이 어떻게 외부로 확산되고, 이것이 기업 평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합니다.
연구진은 블라인드에서 발생한 3건의 조직 내 소문사례를 선정해 이들의 네트워크 구조를 사회 연결망 분석(social networking analysis) 방식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여기에는 ‘이직 및 경력 정보 교류 네트워크’도 함께 분석되었는데, 총 2,355명의 참여자를 연구 대상으로 포함하였습니다.
연구에서 재미있는 네트워크 구조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직이나 취업 등 정보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는 촘촘하며 상호적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이직 정보나 직장에 대한 정보성 교류는 재직 당사자 등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댓글이 이어지는 것과 같이 상호적인 소통이 더 많이 일어났습니다.
반면 조직 내 이슈를 폭로하거나 이야기하는 소문 또는 가십형 게시물들에는 많은 참여자에 의해 폭넓게 공유되었고, 해당 이슈를 제기한 글쓴이에게 대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이 증명된 셈이죠.
연구에서 다루어진 3가지 소문 사례의 결과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IT기업 A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입니다. 여기서 주요 소문 확산 주체는 소수의 기자들이었습니다. 해당 사례의 게시글이 기자들을 통해 확산되었고, 이는 언론보도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익명 커뮤니티를 접하지 않는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소문이 확산되었고, 결과적으로 경영진의 사과 및 인사 조치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B 은행의 갑질 사례의 경우 주로 중소기업 또는 공기업 출신 사용자들로 인해 확산되었지만, 네트워크 확산력이 크지 않아 특별히 공론화되지는 않고 이슈는 희석되었습니다.
C 기업의 성희롱 사례의 경우 기업의 구성원이 게시글을 올리며 폭로했지만, 네트워크가 동일 기업 내부 구성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외부 확산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다만 내부 구성원간의 리액션은 가장 활발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결과에서 나타난 특징은, 먼저 같은 회사 소속일수록 소문 확산 빈도가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룰 호모필리(homophily)효과라고 하는데, 공통점이 많을수록 관계형성이 용이하다는 내용입니다. 아울러 A와 C사례에서는 중소기업 소속 참여자들이 대기업의 사례를 더욱 활발히 공유한다는 점도 연구에 나타났습니다.
기존에는 소문은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이 있었습니다. 직원을 설득하거나, 피해에 따른 보상책을 제시하는 등 기업 내부에서 책임을 다 하려는 움직임은 해당 이슈를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러나 외부 익명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오늘날에는 조직 내부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쉬운 환경이며, 이는 기업 이미지 훼손과 같은 위기상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연구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기업의 위기관리는 조직 구성원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동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이슈를 예방하고, 이슈 발생 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을 포함합니다. 특히 온라인상의 소문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합니다.
1년에 한두 번 건물 대피 훈련을 하거나, 민방위 훈련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과 같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이슈 발생 시 대응 체계를 훈련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내부 직원 역시 이해관계자, 특히 PR 행위를 하는 주체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합니다. 이를 직원 메가포닝(employee megaphoning)이라고 하는데, 조직 구성원이 소문 확산의 주체가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익명 커뮤니티의 적극적 참여자는 서로 간의 신뢰 구축을 통해 소문 확산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익명 커뮤니티를 일반 PR 채널들과 같이 인식해야 한다고 연구는 지적합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에게 소문은 늘 두렵지만, 진실을 중심으로, 해결 목적을 명확히 하며, 투명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기업 이미지의 회복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장 중요한 내부 구성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제: From Organizational Gossip to a Corporate Crisis: A Network Analysis of Anonymous Online Communication on the Blind Appl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