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파헤쳐야 할 또 하나의 외교참사-
오는 6월 4-5일, 이틀간 일산 킨텍스와 서울에서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개최되는 것으로, 그동안 각료급으로 유지됐던 협의체가 올해 처음으로 정상급으로 격상된 것이다. 여운기 한·아프리카재단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유엔에 가입된 총 54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이번 정상회희에 참석의사를 밝힌 국가가 벌써 40개국을 넘는다고 한다. 규모로 볼 때,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엄청난 외교적 이벤트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이미 외교부는 이 행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지난 10일에는 광화문에서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기 위한 '아프리카 문화 페스티벌'을 개막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사흘간 지속된 이 행사는 15개 주한 아프리카 대사관과 우간다, 부룬디가 참여해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외교부는 오는 6월 2일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준비를 최종 점검하기 위해 사전 한-아프리카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산과 서울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외교 행사를 위해 외교부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진단처럼, 이렇게 큰 외교 행사가 ‘평균적인 시민들’에게는 잘 홍보가 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아니 알고 보면 지난 부산 엑스포 대참사와 같은 또 하나의 외교 대참사는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지난 5월 8일자 오마이뉴스 보도에서 외교부는 2030년 엑스포 유치 국가를 결정하는 투표를 불과 3주 앞둔 시점에 ‘느닷없이 2024년까지 12개국에 재외공관을 추가로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한꺼번에 12개국의 공관을 신설하는 것은, 건국 이후 최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진행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이번 유치 활동에 외교부, 통상교섭본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총 5천억 원이 넘게 썼다.”라고 주장했다.
아직은 윤석열 정부가 이번 제1회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사용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코리아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부산 아난티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에서 “한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재정 지원 패키지로 향후 2년간 60억 달러(한화 약 8조 2천억 원)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오는 6월 정상회의의 규모를 고려하면 이번 정상회담도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제1회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보면서 한국 정부가 2024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 초청받지 못한 외교 실패가 떠올랐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글로벌 중추 국가(Global Pivotal State)를 자임하며, 지난 2023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 이후 마치 한국이 곧 G7의 새로운 회원국이 될 것처럼 ‘G7 플러스 외교’를 추진했다. 심지어 여권에서는 한국이 '심리적 G8' 국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올해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하자 지난 4월 20일, "G7 정상회의 초청국은 매년 의장국의 관심 의제에 따라 선정돼 왔으며, 올해 의장국 이탈리아는 자국 내 이민 문제와 연결된 아프리카·지중해 이슈 위주로 대상국들을 선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에 참고자료를 배포해 "유럽국이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경우, 유럽 정세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국가들(주로 아프리카)을 중점 초청해 온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의 해명과 같이 이번 G7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가 ‘이민 문제와 관련된 아프리카·지중해 이슈’였다면, 오히려 오는 6월 무려 아프리카 40여 개 국가들을 초청해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을 초청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아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9월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에서 향후 2년간 약 8조 가량을 아프리카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과 오는 6월 한국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 모두 G7 플러스 외교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은 아닐까?
이와 함께 이번 G7 정상회의 관련 홈페이지(G7 ITALIA 2024)를 확인해 보면 대통령실의 해명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홈페이지는 이번 G7 정상회의의 주된 관심사(key focus)를 크게 4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규칙에 기반한 국제체제 수호이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로 현재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분쟁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흥 국가들과의 관계이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역은 아프리카와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셋째, 이민문제와 기후-에너지 이슈다. 마지막은 최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AI(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이슈를 언급하고 있다.
이번 G7정상회의의 의장국인 이탈리아 정부가 제시한 이 같은 4가지 쟁점과 윤석열 정부가 강조했던 G7 플러스 외교를 고려하면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되어야 한다. 먼저, 한국은 이탈리아 정부가 제시한 첫 번째 쟁점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이미 약 3조 1,659억 원을 사용하기로 밝혔다. 지난 4월 1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5차 우크라이나 지원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한국 정부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재건에 23억 달러 규모 지원패키지를 본격적으로 이행함을 밝혔다. 이 지원 패키지는 지난해 9월 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했던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이다. 이는 다자개발은행(MDB) 1억 달러, 인도적 지원 2억 달러,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20억 달러 등으로 구성된다. 3조 1,659억 원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14일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공여자 공조 플랫폼'(MDCP)의 신규 회원국이 되었다. 이 협의체는 다름 아닌 G7 국가들과 유럽연합, 아울러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구들로 구성된 기구다.
다음으로, 오는 6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바로 이탈리아 정부가 제시한 두 번째 쟁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경제국들과의 관계라는 쟁점을 소개하며 실제 두 지역을 언급했다. 하나가 인도-태평양 지역이며, 다른 하나가 바로 아프리카 지역이다. 전자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우 대한민국이 속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 들어서고 우리 정부의 대표적인 외교 정책 그 자체다. 실제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인도-태평양 전략에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반해 후자인 아프리카 지역은 그동안 한국 외교에서 다소 중요도가 크지 않았다. 이에 한국 정부는 G7 플러스 외교의 일환으로 지난해 아프리카와 장관급 경제협력회의에서 향후 2년간 약 8조 가량을 아프리카에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6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한국은 이번 G7 정상회의에 초대받지 못했다. ‘G7 플러스 외교’, ‘심리적 G7 국가’라는 표현들이 무색할 정도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표방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3조 원가량, 아프리카와의 경제협력에 8조 원가량을 투자했음에도 이번 G7 정상회담에 초청받지 못했다. 더욱이 대통령실의 해명에 따르면, 이번 G7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주요 관심지역인 아프리카 국가들을 무려 40개 국가를 초청해 한국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데도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G7 플러스 외교는 22대 국회에서 꼭 파헤쳐야 할 또 하나의 외교적 참사다. 오는 6월 무려 40개국 이상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위해 얼마의 세금이 사용되었는지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오는 22대 국회에서는 이번 G7 플러스 외교 참사의 원인과 과정은 분명하게 파헤치기 위해 청문회, 국정조사 또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