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으로 여행을 가셨다.
부모님과 유람선 타러 갔다가 되돌아온 후 며칠 후였다. 동네 친하신 어르신들과 둔내역에 가셔서 주문진 가는 Ktx 표를 예약하셨단다. 더불어 자식들과 같이 갔던 카페에서, '팥빙수 3개를 통 크게 쏘셨다'라고 자랑도 하셨다. '자식이 준 용돈 이럴 때 쓰지 언제 써', 하셨다. 일주일 뒤에 부모님은 동트면서 출발해서 Ktx를 타고 주문진에 가셨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주문진시장에 도착하셔서 찐 대게와 회를 드셨단다. 다행히 부모님보다 젊으신 분들과 함께하셔서 안심은 되었다. 물을 가셔서 사 먹으면 되는데, 한 어르신이 8병을 힘들게 지고 다니신 에피소드도 전해주셨다. 건어물도 사서 오시고, 고등어 사 오셔서 맛있게 드셨던 기억이 좋으셨던 모양이다.
안부전화드렸더니 재밌었다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이를 잊으신 듯하다. 드라마 중에 보고 또 보고 하는 애청하는 드라마가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라고, 어르신들이 '나는 길에서 죽고 싶다'라고 하며, 유한한 삶에 굴하지 않고 여행을 시작하고, 여행을 떠나는 멋진 드라마다. 우리 부모님을 보면서 다행이다 싶다. 아직 마음도 청춘이시고, 즐겁게 살아가고 계심을 알게 해 주셨기에...
엄마 을섭씨는 남자 이름 같고, 아버지는 해영 씨라고 예쁜 여자이름 같아서, 어릴 때는 이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곤 했다. 긴 세월을 함께 하시고 계시다. 두 분이 때로는 막국수를 드시고 오시고, 갈비탕을 드시고 오신다. 자식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은 두 분이서 채우신다. 자식들만 애타게 기다리지 않으시고 시간을 잘 활용하셔서 다행이다.
주문진에 갔을 때 비가 많이 와서 유람선은 취소되었고, 카페에서 바다를 보면서 차를 마셨다. 아버지는 바닷가로 잠시 산책을 나가셨는데, 엄마는 바다를 보면서 말을 '툭' 내뱉으셨다. '세월이 좋은 데 왜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가'라고. 돌덩이가 든 것처럼, 가슴이 먹먹했지만 꾹꾹 눌러 참았던 기억이 있다.
엄마, 을섭씨랑 새벽잠이 없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잠들락 말락 하며 '경로당에 꽃들이 예쁘다' 했더니 엄마가 심으셨단다. 집 앞에 꽃을 심으시다가 경로당에도 나누어 심으셨단다. 아버지도 연세 드시니 꽃을 좋아하신단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꽃을 좋아하면, 죽어서 좋은 곳에 간다더라. ' 가슴이 찡하게 울리면서 울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