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을 열고 맞이하는 봄날

안도현, '이른 봄날'

by 인문학 이야기꾼

이른 봄날

-안도현


이른 봄날, 앞마당에 쌓인 눈이

싸묵싸묵 녹을 때 가리

나는 꼭 그러쥐었던 손은 풀고

마루 끝으로 내러선 다음,

질척질척한 마당을 건너서 가리

내 발자국 소리 맨 먼저 알아차리고

서둘러 있는 힘을 다해 가지 끝부터 흔들어보는

한 그루 매화나무한테로 가리


앞마당에 눈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쌓인 눈이 꽁꽁 얼었습니다. 앞마당 건너편에 매화나무가 있습니다. 지금은 한겨울이라 매화가 피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앞마당에 쌓인 눈 때문에 매화나무에게 갈 수도 없고 가봐야 매화를 볼 수도 없습니다. 눈이 녹을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내가 매화를 보는 주체이고 매화는 객체일 뿐이다’라는 움켜쥐고 있는 꽁한 마음도 풀어야 합니다. 내가 매화를 주체로 인정하고 매화를 볼 준비가 되어 있으면 매화도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있는 힘을 다해 매화를 피웁니다. 얼었던 내 마음을 먼저 풀어야 매화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네 인간관계도 그렇습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수많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먼저 바꾸어야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바꾸기보다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 쉽기 때문입니다. 먼저 온 마음을 다해 상대에게 다가가면 상대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있는 힘을 다해 내게 다가올 것입니다. 상대가 먼저 내게 다가오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이 둘 관계를 더욱 따뜻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생각이 한겨울 추위처럼 꽁꽁 얼어있으면 다른 생각이 침투할 여지가 없습니다. 내 생각만 옳다는 편협한 사고에 사로잡혀 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없습니다. 나 혼자의 생각보다 훨씬 좋은 생각들이 도처에 널려 있죠. 좋은 생각들은 슬그머니 내 생각의 주머니에 담고 내 생각과 섞으면 얼었던 눈이 녹아 질척한 마당을 만들 듯이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에서 가슴에서 넘쳐날 것입니다.


『시경』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산에 있는 돌도 내 옥(玉)을 다듬는 데 소용이 된다’는 뜻이지요. 다른 산에 있는 하찮은 돌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돌이 내 집을 짓는 데 주춧돌로 사용될 수도 있고, 내 보석을 다듬는 숫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하찮은 돌이 고귀한 돌로 바뀌는 것이죠.


새봄을 알리는 매화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입니다. 매화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알아차리고 있는 힘을 다해 꽃을 피우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는지요? 꼭꼭 잠겨 있는 마음의 문을 내가 먼저 열고 상대에게 다가갈 때 상대도 문을 활짝 열고 나를 받아들이게 됨을, 그리고 이렇게 맺어진 관계가 더욱 가치 있고 빛날 수 있음을 이 시를 읽고 알게 됩니다.

[사진출처] Pixabay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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