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가는 강

안도현, '강'

by 인문학 이야기꾼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보냈고

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조선 중기 ‘이옥봉’이라는 여류 시인이 있었습니다. 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에 사무쳐 ‘몽혼(夢魂)’이라는 칠언절구(七言絶句)를 남깁니다. ‘만약에 꿈속의 넋이 다니는 길에 발자국이 남는다면 당신 집 문 앞의 돌길이 모래가 되었을 것’이라는 내용의 한시(漢詩)입니다. 임을 기다리다가 지쳐 임을 찾아갑니다. 여성이라는 한계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는 찾아갈 수 없어 꿈속에서 찾아갑니다. 수천 번 수만 번 찾아갑니다. 갈 때마다 임의 집 앞에서 또 수천 번 수만 번 서성입니다. 그래서 집 앞 돌길이 화자의 발에 밟혀 모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임에 대한 그리움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여기 ‘너’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움의 눈물이 강을 이루었습니다. 그리움의 강에 배를 띄우고 ‘너’를 찾아갑니다. 강물은 뒤척이며 ‘물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에서 ‘너’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너’의 목소리는 아침 햇살을 받아 ‘흰 새떼’가 날아오르듯 반짝입니다. 은빛 물살 하나하나가 너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흰 새떼’는 ‘눈발’로 변합니다. 강물을 통해 ‘너’를 만나는 상상이 눈발의 현실로 다가옵니다. ‘너’를 만나는 길은 시련의 길이 됩니다. 그 시련의 눈물이 그리움의 강물에 보태져 그리움은 마를 날이 없습니다.

고려시대 문인(文人) ‘정지상’은 ‘송인(送人)’이라는 한시(漢詩)에서 ‘해마다 이별의 눈물을 강물에 보태기 때문에 대동강물은 마르지 않는다[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대동강수하시진 별루년년첨록파)]’고 했습니다. 정지상은 이별의 슬픔으로 인한 눈물이 강물에 보태져 강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했지만, 안도현 시인은 ‘너’에 대한 그리움의 눈물이 강물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문학적 과장은 현실의 아픔의 반영이겠지요.

화자가 ‘너’를 찾는 일은 감미로운 소리를 듣는 길이 될 수도 있고, 흰 새떼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아름다움을 보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너’를 찾는 일은 혹독한 눈발 속을 헤매는 길이 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강물이 될 정도의 울음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화자는 울음이 강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너’를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너’는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화자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소망하는 바를 얻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감미롭고 행복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음도 알고 있습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가치를 위해서는 울음의 강을 건널 수 있어야 함도 알게 됩니다.

[사진출처] Unsplash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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