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또 하나의 길'
-안도현
영대산 오르다가 길을 잃어버렸네
씩씩한 남학생 두엇 앞장서겠다 하네
그 뒤로 여학생들 나란히 따라가네
나는 맨 뒤에서 따라가네
아하, 없는 길이 생겨나네
화자는 교사입니다. 학생들을 인솔하여 산에 올랐습니다. 극기(克己) 훈련이라 해도 좋고,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기 위함이라 해도 좋습니다. 너무 과했던 걸까요? 길을 잃어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의 차이는 없습니다. 교사를 선생이라고 하죠. 선생(先生)이란 한자의 뜻으로 보면 먼저 태어나 먼저 경험한 사람이란 뜻입니다. 선생은 학생을 인솔해 산을 오르기 전에 미리 지도도 보고 답사도 해서 길을 완벽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학생을 데리고 와야 먼저 태어나 먼저 경험한 사람이 나중에 태어난 사람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역할을 다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처음 가는 길이나 가다가 길을 잃은 상황에서 교사는 학생과 차이가 없습니다. 인솔하기가 어렵습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노마지지는 늙은 말의 지혜란 뜻으로,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저마다 장기(長技)나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죠. 춘추(春秋) 오패(五霸)의 한 사람이었던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관중(管仲)과 함께 고죽국(孤竹國)이라는 나라를 정벌하러 나섭니다. 전쟁이 생각보다 길어져 겨울에야 전쟁이 끝이 납니다. 지름길을 택해 서둘러 돌아오려다가 길을 잃어버립니다. 이때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인 재상(宰相) 관중(管仲)이 ‘이런 때에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늙은 말 한 마리를 앞장서게 합니다. 군사들이 늙은 말을 따라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관중과 같은 탁월한 재상도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자신보다 뛰어난 존재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존재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길 줄 알았습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는 다른 사람의 능력을 믿고 인정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늙은 말과 같은 지혜가 필요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젊은이의 용기와 도전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은 배우기만 하는 존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학생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으로 학생을 대할 때 학생들이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교사가 앞에서 ‘나를 따르라’고 외치고 학생들이 뒤에 따라오기만 한다면 학생은 결코 교사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 안 되는 거죠.
학생들은 없는 길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학생의 도전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학생의 뒤를 따라갈 수 있는 선생의 용기도 학생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음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