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향한 어미니의 마음
-함민복
달빛
내
리
고
장독대
정
안
수
한 사발
어
머
니
아, 저것이 美信이다
설화(說話)의 시대 사람들은 별자리를 보고서 상상력을 가미해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러브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는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부지런한 목동인 견우와 결혼을 합니다. 옥황상제는 가문보다 사랑과 근면을 결혼의 조건으로 생각했나 봐요. 결혼 후에 둘은 베 짜는 일과 소먹이는 일을 게을리하게 됩니다. 이것이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게 되죠. 옥황상제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을 떨어져 살게 합니다. 두 사람의 애틋한 그리움을 안 옥황상제는 이들을 일 년에 한 번만 만나게 하죠. 그날이 칠월 칠일 칠석날입니다. 넓은 은하수를 까마귀와 까치가 만든 다리, 오작교(烏鵲橋)를 통해 둘은 만납니다. 일 년의 그리움이 해소되는 순간입니다. 소망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도 이 설화에는 녹아 있습니다.
견우와 직녀의 러브스토리는 애틋하지만, 칠석날은 견우와 직녀의 소원이 성취되는 길일(吉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칠석날 소원을 비는 풍속이 있습니다. 바느질 솜씨를 좋게 해달라고 빌기도 하고, 가족의 무병장수를 빌기도 하고 집안의 평안을 빌기도 했죠. 이날 가눌 길 없는 그리움을 노래해 그리움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칠석’. 서정주 시인의 ‘견우의 노래’, 이동순 시인의 ‘칠석날 밤’ 등 많은 시인들이 ‘칠석(七夕)’을 소재로 대상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노래했습니다.
함민복 시인도 ‘七夕’을 제목으로 시를 썼습니다. 먼저 한 글자를 한 행으로 배치한 시 형식이 눈에 띕니다. 한 글자를 한 행으로 배치한 것은 낭독의 속도를 천천히 하라는 시인의 의도가 아니겠는지요. 낭독을 천천히 함으로써 칠석 반달의 ‘달빛’이 천천히, 고요히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정안수’를 떠 놓고 자식의 무사 안녕을 비는 지극정성의 ‘어머니’의 모습이 고요하게 ‘내리는 달빛’ 속에 밤을 새울 듯 정지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자식을 향한 지극한 정성, 이런 어머니의 마음은 망령된 마음을 뜻하는 미신(迷信)이 아니라 아름다움 믿음의 ‘미신(美信)이 되는 거죠. 정안수 한 사발을 향해 소원을 비는 자체는 미신(迷信)일 수 있으나, 자식을 향한 지극한 어머니의 마음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미신(美信)입니다.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자식의 평안을 ‘정안수’ ‘한 사발’에 담아낸 이 시를 읽고,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을 그리워하고 자식의 안녕을 기원했을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어머니가 보았을 바로 그 달을 바라보면서 지금은 은하수 어디엔가에 계실 어머니를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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