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모)

까치집에 깃든 어머니의 마음

by 인문학 이야기꾼

母(모)

-함민복


까치가 곁가지에 집을 짓지 않듯

어머니 마음 中心에 내가 있네


땅에 떨어진 삭정이 다시 끌어올려

상처로 가슴을 짓는


저 깊은 나무의 마음

저 깊은 風葬의 뜻


새끼들 울음소리 더 잘 들으려

얼기설기 지은 에미 가슴


환한 살구꽃 속 까치집 하나

서러운 봄날


까치집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지요. 보기에는 허술하게 보입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금방 날아갈 것같이 위태롭게 보이지만 태풍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이 시를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나무의 곁가지가 아니라 나무의 중심부에 온몸으로 집을 짓기 때문입니다. 새끼의 안전을 위해 사람의 손보다 더 야무지게 집을 건축합니다. 부리로만, 삭정이로만 어떻게 그렇게 견고하게 집을 짓는지 불가사의합니다.

이 시는 까치집의 모습에서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떠오르게 합니다. 까치는 나무의 곁가지에 집을 짓지 않고 나무의 중심부에 집을 짓습니다. 어머니도 자식을 마음의 곁가지에 두지 않고 마음의 중심에 둡니다. 까치는 땅에 떨어진 삭정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물어다 집을 짓습니다. 얼기설기 집을 짓죠. 새끼들의 울음소리를 잘 듣기 위해 얼기설기 짓습니다. 어머니도 자식 걱정으로 몇 번이나 철렁 내려앉은 가슴으로 집을 짓습니다. 가슴집이라고 해 두죠. 자식 걱정으로 내려앉은 가슴은 어쩌면 풍장(風葬)으로 남은 어머니의 뼈일지도 모릅니다. 어머니의 뼈로 만든 가슴집에는 자식들이 들어 있습니다. 가슴집은 죽어서도 자식을 보듬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까치가 삭정이로 얼기설기 집을 지은 뜻이 새끼의 울음소리를 잘 듣기 위한 어미새의 마음이듯이, 가슴집 역시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가슴에다 집을 지으니 자식들의 울음소리, 자식들의 내면에 있는 사연 하나하나 다 들을 수 있습니다.


까치집은 환한 살구꽃 속에 있습니다. 살구꽃처럼 곱고 맑고 밝은 미래가 자식들에게 펼쳐지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머니의 가슴집에 깃들어 있습니다. 어머니는 가슴집만 남겨둔 채 저 먼 하늘로 가셨습니다. 서럽게 서럽게 저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지금도 자식을 마음의 중심에 두고 지켜보고 계실 어머니를 떠올려봅니다. 이 순간만큼은 어머니를 마음의 중심에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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