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자식을 찍는 어머니의 카메라

by 인문학 이야기꾼

낙하산

-함민복

팽팽하던 눈빛은 어디로 가고

헐거워라

우주에 연결된 눈주름

자글자글

거기

겨우

매달린 눈동자

금방

실 끊긴 연처럼

팔랑

쓰러질 눈빛으로

자식 얼굴 연방 찍고 있는

저 낡은 카메라

군대 시절 낙하산을 타 본 적이 있습니다. 수백 미터의 높이의 열기구에서 목숨을 낙하산에 맡긴 채 뛰어내리던 순간은 어떤 체험보다 아찔했습니다. 맨몸으로 백 여 미터 떨어진 후 펼쳐진 낙하산은 그야말로 구세주입니다. 낙하산이 펼쳐진 후에야 온전한 정신으로 지상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눈에 다 담습니다. 낙하산과 낙하산을 잡아당기는 줄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며 지상으로 착륙합니다. 지상에 도착하고 나면 낙하산과 낙하산 줄은 쭈글쭈글한 모습으로 자신의 임무 완수를 드러냅니다.


화자는 지금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고 있습니다. 평생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자식을 지켜보던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 어머니의 눈동자는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눈가의 주름살도 마치 지상에 착륙한 낙하산 줄처럼 자글자글합니다. 어머니의 눈동자는 마치 실 끊긴 연처럼 지금 멀리 날아가려고 합니다. 어머니는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자식의 모습을 당신의 눈 속에 담습니다.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듯이 연방 자식의 얼굴을, 자식의 마음을 당신의 눈동자 카메라로 찍고 또 찍습니다.


시인의 눈은 참으로 묘합니다. 숯을 보고 시커멓게 탄 어머니의 애타는 마음을 읽기도 하고, 칠석(七夕)의 반달을 보고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정성을 느끼기도 하고, 얼기설기 지은 까치집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보기도 합니다. 시인은 지상에 착륙한 낙하산의 모습에서, 줄이 끊어져 아득히 떠가는 방패연에서, 하늘로 가기 전에 자식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당신의 눈에 담기 위해 애쓰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