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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이야기꾼 Oct 20. 2021

만찬(晩餐)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만찬(晩餐)

                            -함민복  

   

    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화자는 혼자 살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노총각이라고 해 두죠. 혼자 사는 노총각이 안쓰러워 당신께서 반찬을 보냈습니다. 당신이 누구이겠는지요? 강을 건너온 것으로 보아 이웃사람은 아닌 듯합니다. 노총각 어머니라고 해 두죠. 혼자 사는 노총각 아들이 안쓰러워 어머니는 반찬을 들고 왔습니다. 고급스러운 반찬이 아닙니다. 갓 담근 김치가 전부입니다. 어머니는 김치를 노총각 아들과 함께 남겨두고 고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화자는 어머니께서 두고 간 김치를 꺼내 혼밥을 합니다. 어머니의 정성과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김치는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있습니다. 화자는 김치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을 반찬으로 만찬을 즐깁니다. 저녁밥의 만찬(晩餐)이 아니라 진수성찬의 만찬(滿餐)입니다.     

  자식을 대처로 보낸 시골의 어머니들은 자식의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자식의 자취방으로 향합니다. 머리에 이고, 어깨에 메고, 손에 들고 자취방에 도착합니다. 좁은 방에 당신께서 들고 오신 먹거리를 풀어놓으면 온 방은 시골 냄새로 가득찹니다. 보따리를 꾸리고, 풀고, 꾸리기를 반복했지만 어머니 마음에는 시골에 두고온 나물 한 단이 못내 아쉽습니다. 하찮은 반찬이고 보잘것없는 김치일지 모르지만 어머니의 정성과 마음이 한 가득 담겨있습니다. 어머니가 시골로 돌아가고 난 뒤에도 이 먹거리는 어머니의 마음과 버무려져 맛있는 반찬이 됩니다.      

  마음을 그릇 삼아, 햇살을 조미료 삼아 만든 김치는 잘 익었습니다. 반찬은 당신의 마음이 담긴 김치 하나뿐이지만 그 어떤 저녁보다 풍성합니다. 당신의 마음이 빈 상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요. 풍성한 저녁 밥상 앞에서 당신의 마음을,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사진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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