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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이야기꾼 Oct 29. 2021

짝사랑

별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짝사랑

                           -함민복     


    반딧불은 얼마나 별을 사모하였기에     


    저리 별빛에 사무쳐     


    저리 별빛이 되어     


    스-윽, 스-윽     


    어둠 속을 나는가          


  ‘부부는 닮는다’고 합니다. 같은 환경과 상황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남편은 아내에게 맞추려고 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맞추려고 하는 과정에서 생각도 얼굴도 서로 닮는 모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닮고 싶은 것이 부부가 닮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말도 사랑스럽고, 행동도 사랑스럽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습니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고 싶고, 그 사람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고 싶어집니다. 그러는 사이 그 사람을 닮아가는 것이지요.     

  이 시의 시적 상황은 간단합니다. 화자의 눈에 포착된 것은 반딧불이 한 마리입니다. 반딧불이가 빛을 발하며 어둠 속을 날고 있는 것을 화자가 본 것이 이 시에서 드러나는 객관적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 화자는 자신의 정서적 경험을 녹여 넣어 훌륭한 시로 탄생시켰습니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며 나는 것은 반딧불이의 생태에 관한 것입니다. 과학적 이치에 해당하죠. 그런데 화자는 반딧불이가 별을 사모해서, 별을 닮아가기 위해 빛을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정서적 이치에 해당하지요.


 화자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대상이 있습니다. 화자가 짝사랑하는 사람이지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별처럼, 보석처럼 반짝이며 화자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사랑이 화자에게로 향하지 않아 화자는 답답합니다. 어둠 속을 방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만 생각하면 별이 어둠을 밝혀줍니다. 어둠 속에서도 별을 닮아 별빛을 내며 ‘스-윽, 스-윽’ 별을 향하여 날면서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러면 마음 속의 어둠이 걷히지요.     

  좋아하는 대상이 사람이든 책이든 운동이든 사색이든, 좋아하는 대상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면, 별처럼 아름다운 그 대상을 사모하며 산다면, 우리의 가슴이, 우리의 마음이 별처럼 맑고 밝아지는 것은 아니겠는지 생각해 봅니다. 


            [사진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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