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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이야기꾼 Nov 03. 2021

가을 꽃 가을 나비

봄 나비와 가을 꽃

          가을 꽃 가을 나비

                                     -함민복     


    너무도 오래 당신을 찾아 날고 날았지요     


    견디고 견디다 나도 모르는 사이 꽃이 되고 말았네요     


    모든 게 깊어진 가을, 하오나     


    하직하면 저승의 봄잔치 푸르겠지요   

       

  봄입니다. 봄꽃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봄 나비 한 마리가 자신의 꽃을 찾고 있습니다. 그 많은 꽃들인데 자신이 앉아야 할 꽃이 보이지 않습니다. 찾고 또 찾았습니다. 간절하면 닮는다고 했지요? 별을 사모한 반딧불이가 별을 닮듯이 꽃을 사모한 나비가 꽃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습은 나비이지만 마음은 온통 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니 나비가 꽃이 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요.

  봄꽃이 시들고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되었습니다. 가을꽃이 피었습니다. 나비도 가을 나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비의 마음은 봄꽃입니다. 지천으로 가을꽃인데 나비는 여전히 봄꽃을 찾습니다. 한해살이 나비에게 내년 봄은 기약할 수 없습니다. 혹시 내년 봄에는 다음 생으로 태어나 봄꽃 흐드러진 곳에서 봄꽃과 잔치를 벌일 수 있을지 꿈을 꾸어 봅니다.


  그리움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으면 그리움이 깊어질 수 없습니다. 대상과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만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리움의 깊이는 깊어지지요. 화자가 만나고자 하는 대상은 계절 저쪽 편에, 생의 저쪽 편에 있어 찾을 수도, 만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계절을 건너뛰어, 생사를 넘는 화자의 그리움은 시공을 초월할 정도로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시공을 초월한 사랑, 시공을 초월한 그리움 하나쯤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것도 나름의 낭만이 아니겠는지요?     

[사진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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