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공자(孔子)의 자존심 내려놓기

by 인문학 이야기꾼

상대방이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을 때 속상하고 야속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자신의 뜻이 수용되지 않았을 때도 공자(孔子)는 노여워하지 않았습니다. 『논어(論語)-학이(學而)』 첫머리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논어 전편을 읽기 쉽게 번역해 놓은 류종목 교수의 『논어의 문법적 이해』가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때맞추어 익히면 역시 기쁘지 않겠느냐? 친구가 먼 곳으로부터 찾아온다면 역시 즐겁지 않겠느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역시 군자답지 않겠느냐?[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 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불역군자호)]’는 논어의 맨 앞에 나오는 구절이지요.

전쟁이 그칠 날이 없는 춘추시대, 공자는 자신의 학설을 따르면 전쟁을 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런 이상을 펼칠 군주를 만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닙니다. 56세에 주유천하(周遊天下)를 시작해 결국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지 못하고 13년 만인 69세에 고국 노나라에 돌아와 공자학당을 열어 후학을 양성합니다.


자신의 학문이, 자신의 사상이 수용되지 않았을 때 공자의 노여움은 어떠했겠습니까? 자신의 이상을 알아주는 군주만 있다면 전쟁의 시대를 평화의 시대로 바꿀 자신이 있었는데 그런 군주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공자의 허망함은 또 어떠했겠습니까? 공자는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을 때 노여움과 허망함을 경험했습니다. 13년이나 경험했죠. 그러나 오히려 그런 경험이 노여움과 허망함을 사그라들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경험했기에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공자였기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역시 군자답지 않겠느냐?’의 구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공자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노여움과 허망함을 후학을 양성하는 에너지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군자라고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서혜진 님의 ‘너에게’라는 시는 공자에게 바치는 시 같습니다.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서혜진, ‘너에게’


태양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달빛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달빛에 더 아름다운 사람이 해가 지는 현실을 비관하며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가 있겠습니까? 달빛에 더 아름다운데 지는 해를 붙잡으려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습니까. 당시 공자는 달빛에 더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공자는 ‘이른바 위대한 신하란 도로써 임금을 섬기고 그것이 불가능하면 그만둡니다[所謂大臣者 以道事君 不可則止(소위대신자 이도사군 불가즉지)]’라고 말하면서 물러났는지도 모릅니다.

공자는 140개 나라가 서로 싸워 7개 나라만 살아남는 게임을 하던 시대에 살았습니다. 공자가 주창한 가족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은 살아남은 7개 나라가 다시 1개만 남은 뒤에나 가능합니다. 살아남은 1개 나라 이외 일백 수십 개 나라의 백성은 어찌 될 것인지 공자는 걱정했을 겁니다. 그러나 치열한 현실정치에 공자의 사상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군주들은 판단한 겁니다.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책을 펴면 책이 다 젖어 찢어지고 맙니다. 비가 쏟아질 때는 책은 비 맞지 않는 곳에 잠시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공자는 자신의 뜻이 수용되지 않자 그 뜻을 잠시 내려놓고 후학을 양성합니다.


이것이 2,500년을 건너뛰어 공자를 아름답게 빛내고 있습니다. 밝은 해보다 아름다운 달이 필요할 때 달이 되어 아름다움을 빛내면 됩니다. 아름다운 달보다 밝은 해가 필요할 때는 해가 되어 세상을 밝히면 됩니다. 후학이 필요한 그때 후학을 양성한 아름다움이 지금은 밝은 해가 되어 빛나고 있습니다. 그때 내려놓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비관으로 일관했다면 오늘날 공자의 아름다움도 공자의 사상도 없을 겁니다.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기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는 공자의 말이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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