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란 무엇인가?
-함민복
아무리 하찮게 산
사람의 생(生)과 견주어보아도
시는 삶의 사족(蛇足)에 불과하네
허나,
뱀의 발로 사람의 마음을 그리니
시(詩)는 사족인 만큼 아름답네
시(詩)는 삶의 표현입니다. 시(詩)는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에 대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느낌과 정서를, 삶의 현장에서 발견한 가치나 진리를 언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느낌과 정서를, 가치와 진리를 설명하여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직접 보고 듣고 느끼게 하는 것이 시의 본질입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시구는 내 마음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상태를 눈앞에 펼쳐 보입니다. 그래서 독자는 ‘내 마음’의 상태를 ‘고요하고 넓고 푸르고 잔잔하고, 작은 돌멩이라도 던지면 파문이 일어가는 모습’을 직접 보고 느끼게 됩니다.
시인에게는 최소한 두 가지 능력이 요구됩니다. 하나는 사소한 사물에서도 삶의 가치나 삶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안목과 시적 대상에서 느끼는 감수성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발견한 삶의 가치나 진리를 독자로 하여금 발견하게 하고, 자신이 느낀 느낌을 독자로 하여금 직접 느끼게 하는 언어적 표현을 찾는 것입니다. 독자는 시를 읽으며 시인이 발견한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해, 시인이 느꼈을 느낌을 직접 느끼기 위해 상상적 경험을 해야 합니다.
이 시에서 시인이 발견한 가치를 산문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시(詩)는 삶의 표현이지만 아무리 하찮게 산 인생이라도, 아무리 하찮은 삶의 한 부분이라도 이를 시(詩)로 쓸 때, 적확한 언어를 찾아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시로 쓰는 순간 시는 삶의 사족에 불과할 정도로 쓸데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적확한 언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언어를 찾아 사람의 마음을, 그 사람의 삶을 그릴 수 있으니, 없는 것으로 있는 것을 만들어내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는 삶에 덤을 얹어 주는 것이니 너무나 아름답다.’ 정도가 될 겁니다. 이것을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하기 위해서 시인은 ‘시는 삶의 사족(蛇足)’, ‘뱀의 발로 사람의 마음을 그리니’, ‘시는 사족인 만큼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표현들은 시인이 독자를 골탕먹이기 위해 쓴 것이 아닙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을 통해 그 의미를 직접 느껴보라는 배려의 표현입니다. 그러니 우리 독자는 나름대로 상상력을 동원해 이런 표현들의 의미를 느껴 보아야 되지 않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