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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이야기꾼 Jan 10. 2022

울타리를 길로 바꾸는 방법

함민복, '섬'

            섬

                    -함민복     


    물 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     


  섬은 물로 울타리를 둘렀습니다. ‘울타리’는 나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섬’이 울타리를 두른 것으로 보아 섬 안에 진기한 보물들을 숨겨두었나 봅니다. 바다가 울타리이기에 너무 깊고 너무 넓어 아무도 섬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아무도 접근하지 않으니 혼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섬은 항상 외롭습니다. 진기한 보물들은 남들이 보고, 가치를 인정해 줄 때 그 가치가 빛납니다. 남들이 봐주지 않으면 보물도 돌멩이에 지나지 않죠. 

  섬은 지독한 외로움을 겪고 난 뒤에 자신만의 보물이 외로움을 키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울타리를 낮춥니다. 원래 바다가 울타리였기에 섬은 자신의 모습을 바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식만을 바꾸었습니다. 인식을 바꾸니 그렇게 깊고 넓던 울타리가 사방으로 길이 되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옵니다. 섬은 자신만의 보물을 다 내어 줍니다. 섬은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섬은 나만의 삶에서 우리의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간직하면서 육지와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울타리’를 ‘길’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에 울타리를 치고 살지 않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우리는 내 생각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함부로 공개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내 고민과 약점을 들키지 않겠다는 고집으로 울타리를 치기도 합니다. 울타리는 내 생각의 확산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울타리는 나의 고민과 약점을 보완해 줄 좋은 방법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생각의 울타리를 헐어버리면 사방으로 길을 만들어 내 생각과 정보의 풍성함도 만들 수도 있고, 내 고민과 약점을 치유할 묘안을 쉽게 찾을 수도 있습니다. 울타리가 길이 될 수 있음을 이 시를 통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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