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서방 Apr 06. 2024

[군생활 잘하기] 7년의 성공(4)

나 자신을 알자. 그리고 내 무기는 뭘까?


오늘은 7년의 성패 8개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7년간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위기와 기회 속에서 발버둥 쳤다. 스스로의 한계와 능력치 정도, 그리고 성향도 명확히 찾았다. 어떤 일에 귀가 솔깃하고 가슴이 뛰는지, 어떤 취미 생활을 좋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동해야 오랫동안 지속하는지 같은 아주 디테일한 부분이다.

 

이 간단한 결과물에도 7년의 시간이 걸렸다. 시간 관리를 촉박하게 해 업무가 미흡해져 상급자가 던진 서류에 얼굴을 맞아보기도 했고,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둔 취미만 여러개, 체중관리를 실패해 몸무게를 20kg나 불려도 봤다. 나 자신을 알지 못해 실패한 여러가지 크고 작은 시도의 결과는 ‘스스로를 알게된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알게되며 무기가 생겼다. 바로, 경험과 실행력이다. 사실, 이미 내 안에 있던 강한 장점인데, 그동안 모르고 살다보니 활용하지도 못했다. 7년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며 쌓아온 경험의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 힘을 발휘해 강단있게 행동하게 만들어 줬다. 밀어붙여야 할 때를 알고 물러날 때를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또한, 실행력이 무척 강하다는걸 모르고 살다가, 친한 선배가 말해줘서 알게 됐다. (그만큼 스스로를 모른다) 나는 오늘 결심하면 내일부터 시작해 반년, 또는 몇 년간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영어 라디오를 3년간 듣고 있고, 최근 오픽에서도 AL이 나오기도 했다. 매주 3번 이상 헬스장 가기를 4년간 해왔다. 턱걸이 1개에서 시작해 지금은 25개도 거뜬히 할 정도다. 여기엔 실행력 뿐만 아니라 끈기도 필요한데, 나는 작심 3일 하는 편이라 3일에 한 번 새로 결심한다. 이렇게 스스로를 컨트롤하며 의지있게 살아가는 것도 군에서 얻게된 내 무기다.  


스스로를 알게되고, 또 내 자신의 무기를 찾은건 큰 행운이었지만, 그냥 얻어진건 아니다. 이번 ‘7년의 성패 8개 시리즈’에서 마지막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직근무를 함께 서던 후배들에게 종종 했던 말인데, 최소한 군생활이 끝난 그 순간에 스스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스스로를 알지 못한다는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모든걸 다 홀로 처리하려는 초급장교를 볼 때도 그렇거니와 최고의 역량과 능력을 갖췄음에도 겸손을 넘어선 위축된 것도 반대로 큰 문제다.


#안타까운 사람들1


간혹 이런 사람들도 있다.  


나 아니면 이 조직 안돌아가



그동안 만난 많은 실무자들과 군 간부들이 한 말이다. 조직 내에서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자의식 과잉인지 아니면 그만큼 강한 책임감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태도를 상당히 좋지 않게 본다.


누군가의 능력의 고하에 따라 조직이 부흥과 쇠퇴를 겪을 수 있지만, 조직의 존폐를 위협받거나 마비까지 일어난다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한 조직이 개개인의 존재 유무에 따라 휘청일 정도면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못했다고 본다. 정말 건강하고 기초가 강한 조직이라면 누군가 한 명이 있든 없든 조직의 생존은 보장되어야 한다.  (퍼포먼스는 차이가 있겠지만) 본인 아니면 안돌아갈 조직이라면, 후임을 제대로 양성하지 않았거나 동료와 유대관계가 제한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데이터 베이스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본인 머릿속에만 맴도는 정보였던게 아닐까 의심되기도 한다.



#안타까운 사람들2


또는 이런 사람들도 있다.


군인이 나가서 뭘해!
나가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여기 있으니 밥 얻어먹고 살지


‘전역’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직접 들은 말인데, 이런 생각도 무척 아쉽다. 마치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소령 계급장을 달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70살이 넘어서도 군간부로 일할 것을 확신하는 듯하다. 더욱 안타까운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일적으로 매우 우수한 경우가 많았다.


일을 월등하게 잘하고(소위 말하는 군에서 날라다니는 에이스) 능력이 출중한데도 자신을 과하게 낮추는걸 넘어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생각을 전파(?)하는걸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 이 사람은 얼마나 편협한가”와 “저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두려워서 사회에 나가고 싶지 않은가)


결국 답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의식의 과잉도 과한 겸손도 모두 스스로를 몰라서 생기는 문제라 생각한다. 자신의 위치와 성향을 알게 되면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계산이 나오기 마련이다. 군에서 이런 과정을 충분히 겪고 사회로 나오길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역을 결심하고 원하는 길을 찾는데 몇 개월도 걸리지 않았던건 모두 이 덕분이다.


참고로 오른손은 의수다



마지막으로, 조서환 아시아태평양마케팅 포럼 회장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강의 프로그램에서 하신 이야기로 오늘의 글, 이번 시리즈를 마친다. 조회장은 군에서 수류탄 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아픔을 딛고 애경그룹에 어렵게 입사해 대한민국 마케팅의 선구자로 커리어를 쌓았다.


약점을 감추고 극복하는건 한계가 있지만, 강점을 키우는건 한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전 19화 [군생활 잘하기] 7년의 성공(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