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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Mar 30. 2024

[군생활 잘하기] 7년의 성공(3)

사람과의 만남, 2명의 멘토

군생활에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국방부 상비병력은 50만명이다. 규모로 따지면, 삼성전자(12만/'23년 기준), 현대차(18만/'23년 기준)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많다.


* 물론, 그들과 협력사인 여러 업체들은 차치한 상태이지만, 우리나라 대표 대기업 2개를 합친 숫자보다 월등히 앞선 조직이란 사실은 자명하다.



굳이 이런 통계를 인용하지 않아도 군을 경험한 사람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군대는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입대하기 위해 받는 신검도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쌓여 받는데, 들어가서 받는 훈련 또한 여럿이 하는 구보나 행군이 기본이다. 집단생활은 말할 것도 없으며, 제대하는 그날까지 여러 사람에게 견제와 감시, 인정과 협력을 요구받는 집단이다.


인간사 대부분의 일이 사람과 주고받은 부산물이라지만, 역시 군은 폭력을 다루는 집단인만큼 조금 독특한 면이 있다. 내가 군에서 경험한 군대 역시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났다. 특히,나처럼 군에서 멘토를 찾았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한 가지 자부할 수 있는건, 나는 군에서 2명의 '존경할만한 리더'를 만났다. 둘은 각기 다른 매력의 선배였지만, 모두 인생에 큰 전환점이기도 했다. 오늘 그 두 명의 멘토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다만, 중소위 시절에 내가 본 그들의 모습에 약간의 과장이 섞일까 우려되니 최대한 담백하게 써내려 가려한다.


  1. N대위


그는 귀찮은걸 싫어한다. 게으른건 아니지만, 실리를 따질 줄 안다. 우리 부서에서 근무평정에 낮은 점수를 하나 안았다면, 옆 부서장과 쇼부쳐서 표창 하나를 받아와야하는 셈이다.(그러나, 미리 위원을 포섭해 애초에 낮은 점수를 안은 적도 없다) 때로는 잔잔한 협박으로, 때로는 논리 싸움으로, 그리고 치열하진 않지만 치밀한 계산에 능한 사람이었다. N대위의 셈법은 그 자신에게 작용하기보다, 부서원에게 향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장교로서의 투철한 군인정신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자존감 또한 높다. “외부에서 짓누를 때 장교는 어깨로 버텨야 한다."는 말을 매일 저녁 함께 기울이던 술자리에서 내게 전해주던 사람이다. (내가 7년간 위기때마다 꺼내던 격언이지만, 본인은 기억도 못하신다) 부서장으로서 투철한 책임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케이스라 회고한다.


그에게서 내가 배운 요령은 많았고, 가장 중요한건 셈법이다. N대위를 만나지 않았다면 내 군생활은 부서원들에게 받은 원망으로 뒤범벅 되지 않았을까? 분명, "조금 더 고민할껄" 후회로 매듭지어졌을 것이다.    


먼저, 임관 직후 내 성격은 ‘일을 즐긴다'는데에 가까웠다. 돈과 인정보다 일이 '내 의지대로 되어가는 모습' 그 자체를 재밌어하고, 부탁을 거절할 줄 몰라 손해도 종종 감수했다. 열정만 있던 임관 직후라 반복되는 야근, 당직 대신 서주기, 짬때리기 등은 당연하고 반가울(?) 정도였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할 부서장으로는 최악의 자세다.


나는 7년간 스스로는 손해 봐도 적어도 함께하는 부서원에게 밑지는 장사는 시키지 않으려 했다. N대위 옆에서 착실히 이 셈법을 배웠고, 고생스런 일은 그냥 끝나선 안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사실 일만 시킬줄 알고 사람 못챙기는 부서장이 더 많은 이 판(해군 생활)은 기브앤테이크에 인색하고, 또 흔치않다.


- 2019년. 순항훈련 때 미친듯이 일한 우리 보급장은 '참모총장 표창'을 쥐어줬다. 중령인 부장이 탐내던걸 어떻게 해서든 고집스럽게 뺏어서 줬다. 그리고 나와 함께 고생한 그에게 3번의 근무평정 A를 줬다. 나에게 최고로 헌신한 그에게 나도 되갚은 셈이다.

 

- 2021년. 해군호텔 재직 시절 국방부 장관 행사가 잡혔다. 장관님이 오시니 지휘체계 상 연관 있는 모든 직급의 사람들이 해군호텔로 점검차 찾아 오고, 해군본부 담당자도 매일같이 전화로 준비상태를 점검(재촉)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고, 근로자들의 도움 덕분에 잘 지나갔다. 그 다음 경쟁평가에 이 부분을 건의드리며, 해군호텔의 하반기 복지시설 경쟁평가는 1등하게 된다. 이전 평가에 이어서, 2회 연속 1등이었다. 근 20년 간 처음이라 한다. 물론 성과금은 덤이다.


- 2023년. 연합훈련과 피복창고 리모델링이 겹쳤다. 밤을 새가며 당직서는 부서원들을 창고 리모델링 공사에 동원했다. 불만없이 도와주던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었고, 먼저 성과상여금에 기여하기 위해 보고서를 굳이 만들어 전대장님께 결재 받아 점수를 채웠다. 그 후, 결재본을 가슴에 안고서 나가는 길에 전대장님께 말했다. "고생한 작업원들 휴무 1일씩 부여 건의드립니다" 이후, 작업에 동원된 부서원은 6시간 작업 대가로 1일의 휴무를 추가로 얻었다.





2. L 대위


그는 무사안일을 원했고 매사 귀찮아 하는 듯했지만, 필요할 때면 매우 기민하게 움직인다. 특이한건 그 역시 똑같이 셈법에 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뢰'라는 가치를 알려주는 사람이었다. L대위는 진심을 다해 사람을 대하고, 나 또한 믿음으로 이끌었다. 무엇이든 그냥 있는 그대로 믿었다. 귀찮아서도 아니고, 말뿐인 것도 아니었다. 정말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믿을 줄 알았다.

 

잘해서 믿는게 아니라
일단 믿으면 잘한다

이전화에서 ‘전역 직전인 고인물 U원사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린 일화’를 언급한 적 있다. 그 때도 아마 그 '신뢰'를 활용했을 것이다. 믿어주면, 그리고 인정해주면, 사람은 이에 대해 진심을 다해 기대를 충족시키려 한다는걸 몸소 보여줬다.


화법과 단어, 세심한 문장으로 누군가를 자기 편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에게도 고유한 장점을 찾을 줄 안다. L대위가 하는 문장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함께 일하는 근무자들의 의지는 눈에 띄게 달라지곤 했다. 부서원의 장점을 인정해주고 100% 활용하는 느낌이다.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덕분에 자신있게 전대장님께 보고했습니다."

"ㅇㅇ은 A상사님이 최고로 잘하는 것 같아요“


당연하리만치 당연한 말이다. 칭찬에 인색하고, 부서원에 대한 믿음이라는 당연한 가치가 어려운 10년차 20년차 지휘관이 더 많은 이 판(해군 생활)에서 흔치 않은 리더십이다.  





이 둘은 지금도 내 정신력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멘토다. 50만명이 넘는 군 상시병력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7년간 군생활로 내 주변은 늘 사람으로 가득찼다. 오죽했으면, 관상(말투)만으로도 80-90% 정확도로 이후를 예측할 정도로 사람에 대한 시야가 트일 정도였다. 7년만에 군에서 직접적인 업무 관계자로 추가한 연락처만 2,000개가 넘을 정도니 말이다.  


이런 여러 사람들 중에 귀인을 2명이나 만났다. 앞으로도 이 정도 귀감이될, 그리고 멋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이런 분들 옆에서 중소위 시절 무럭무럭 컸던걸 회고하면, 참 행운이라 생각한다.  


군생활 3번째 성공은 사람, 그것도 2명의 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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