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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Mar 16. 2024

[군 생활 잘하기] 7년의 성공(1)

중고신입이지만, 경험은 영원하다.


중고신입이라는 말이 있다.


   중고 + 신입이라는 흥미로운 단어로, 흔히 한 직종에서 경력직이 된 사람이 다른 직종으로 전환해 신입으로 다시 입사하는 걸 말한다. 이른바 ‘대 이직의 시대’가 되고서 이제는 사회 현상으로까지 번지는 이직 ‘트렌드’의 산물로 보인다.


    당장 배를 곯을 일이 없는 세상이니 누구나 직무전환의 기회가 주어지고, 자신이 희망하는 직종으로 갈아타 적성에 가까워질 수 있는 세상이다. 과거 최선을 다해 경제를 부양한 중장년층의 후광이라 생각하며, 그 특권을 누리는 것이리라.. (다만,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는 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오늘은 그 중고신입의 맥을 이어주는 ‘군 간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군 간부가 왜 중고신입인지 말해보려 한다. 아주 특별한 군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나름 다이내믹했던 내 군생활 경험을 척마해본다.(남의 인생은 안 살아봐서 잘 모르기도 하다..)


1. 군간부, 해외 경험의 기회


    짧다면 짧은 내 7년의 군생활을 예로 들어보자. 약 8개월 정도는 해외에 있었고 준비까지 하면 1년 조금 넘는 기간을 해외 관련 일에 몸담았다. 세계일주하는 순항훈련과 미국으로의 위탁교육 덕분이었다. 간간이 찾아온 영어연수(?)에 충분한 공부 자극과 주기적으로 배움의 계기가 있는 일상 속에서 회화실력도 죽지 않았다. 군에 있으면서 영어 공부도 참 많이 했다. 최근에 친 오픽 시험은 3일 정도 공부하고서 AL을 받았다.  


* 순항훈련 중 3주간 독일장교와 룸메로 지내고 1:1로 집중마크하며 안내했는데, 이때 영어 회화를 많이 했다.



    전역할 때 회고해 보니 조금 관대하게 보면 남극과 아프리카 외에는 모든 대륙을 밟은 셈이다. 해외로 나가더라도 걱정되는 게 거의 없다. 다만, 경험의 총량은 많으나, 깊이감은 떨어지는 도장 깨기 같은 찍먹(?) 느낌이라 한계가 있다.  대학생 시절 동남아, 일본, 러시아, 뉴질랜드, 호주를 경험하고, 군생활 중 동/서유럽, 중/남미 북미, 중국, 괌, 하와이 등에 다녀왔다. 군생활로 해외에 대한 경험의 폭을 더 넓힌 셈이다.


2. 해외와 전국단위 지인과 친구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6번의 보직을 거치면서 이사를 많이 다녔다. 이사는 곧 국내에서의 여러 지역을 경험하는 기회가 됐다. 부산(2년)을 시작으로 진해(2년)와 평택(9개월), 그리고  제주도(2년)에서의 체류는 여러 가치관의 사람을 사귈 환경이 됐다. 이 과정에서 삶을 대하는 많은 자세를 바꿔주고 목표를 만들어줬다.


* 제주도 근무 중 애월 전원주택에서 2년을 보내며 나중에 50-60대가 되어서는 함께 전원생활을 하자는 둘만의 목표도 세웠다.



    제주에서는 마당이 있는 집이라 많은 지인과 친구들이 집에 찾아와 함께 바비큐파티와 불멍을 했고, 주말에는 텃밭도 가꿨다. 이때의 바비큐 파티 준비 경험을 노하우 삼아 미국 위탁교육 중에 20명의 세계각지의 동료들과 함께 파티를 열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과정을 진두지휘하며 친구들의 신임을 얻었다.


* 지금도 가끔 그때 바비큐 파티 후 추위를 견디며 먹은 한국 라면을 추억해 주는 이탈리아 장교의 말에 내심 뿌듯해진다.


3. 조직관리와 관리자로서의 경험

 

    그뿐인가? 내가 겪은 중간관리자로서의 경험은 짧지만 강렬했다. 특히, 해군호텔의 대표(실제 직책은 복지대장. 호텔 사업자등록증에 대표로 기재)로 근무하던 시절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 비록 20명도 안 되는 사업체이긴 했지만 작은 사업체의 대표로 지내면서 어떻게 사업을 경영할지와, 조직문화를 개선할지 고민하고 또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각종 안전공사와 사업관리뿐만 아니라 직원면담을 통해서 호텔경영을 해보며 시행착오 끝에 느낀 게 많다.


*사장으로 근무해 보니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는 궁지에서 인간이 어떤 초능력을 발휘하는지 여러 번 경험했다.


그리고, 기분 좋겠도 내가 설정한 호텔의 비전과 직원들의 노력은 3번의 경쟁평가(군 복지시설 간 경영평가)에서 2번의 1등, 1번의 2등이라는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겨우 7년이지만 참 다이내믹한 경험이었다. 국내외 여러 지역을 경험하며 인맥을 쌓았다는 것, 그리고 조직관리와 경영의 경험이 있다. 이러니 군간부를 ‘중고신입’으로 보는 건 무리가 아니리라 생각한다. 비록 전역과 동시에 군에서의 경력은 연봉에서 큰 의미가 없어져 ‘중고신입’과 같이 신입의 신세가 되지만, 경험은 평생 가는 자산이다.  


    결과론적으로 좋은 경험과 좋은 성과가 함께한 군생활을 긍정적으로 기억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고, 작은 성공은 큰 성공을 위한 초석이다. 즉, 군에서의 실패든 성공이든 인생에서의 큰 자산으로 삼을 수 있다. 군간부로서의 경험은 앞으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충분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군생활의 첫 번째 성공은 ‘풍부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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