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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May 04. 2024

[군생활 잘하기] 군 위탁교육 소회(3)

내가 다녀온 미국 위탁교육

위탁교육 선발, 기대와 고민    


    나는 임관 직후부터 4년간 목표로 삼은 위탁교육에 선발되었다.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미해군 보급병과학교가 주관한 3개월 대외군사판매 전문가 과정(이하 FMS 과정)을 수료했다. 위탁교육 선발 결과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걸 보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고, 더 성장할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고무되었다. 희망하던 대학을 붙은 고등학생처럼, 장기복무자로 선발된 그날처럼, 설렘과 걱정이 시작된 날이다.


교육 가기 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 교육이 끝나면 어디로 발령 나는 걸까?
낯선 해외로의 교육이 위험하진 않을까?
가족과 함께 가도 되는 교육일까?


    수만 가지 고민 끝에 다녀온 교육이었지만, 지금은 즐거웠던 추억만 기억에 남아있다. 고통받던 준비시간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눈과 마음에 담아 온 미국의 아름다운 풍경만 선명하다. 교육받던 시절은 정말 꿀 같은 시간이었다. "이 교육 때문에 4년간 이 바닥에서 굴렀나?" 싶을 정도로 마치 보상받은 것 같았다. 내가 이수한 FMS 과정의 목적은 추후 본국으로 돌아가 미국의 무기체계와 연계된 수리부속 등 물자의 국제수송 업무를 맡아줄 자원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내가 받은 위탁교육은?


    특별히 어려운 내용이 없었고, 온전히 미국 현지 담당자와 소통 능력 향상에 집중하는 편이다. 약간의 언어 능력만 수반되고 열정만 있다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데 문제없었다. 또한, 총 10주 정도의 교육 중 30%는 필드트립(Field Trip, 견학)이다. 미국 동부의 해군부대와 주요 군사 시설, 전쟁 역사관을 방문한다. 뉴욕, 보스턴, 로드아일랜드, 볼티모어, 노퍽 등 이스트 코스트(동부 해안선 라인)를 쭉 훑어보며 관광도 겸했기에 만족도가 특히 높다.(관광시켜 주는 교육이라니!) 휴일에는 자유시간도 꽤 있었고, 심적으로도 여유가 많았다.


심바의 뉴욕 방문

* 나는 아내와 강아지까지 데리고 미국을 다녀왔다. 미국으로 가족 여행할 기회를 준 국가에 감사한다. 주말이면 새로운 도시로, 새로운 지역으로 여행 다니며 추억을 쌓았다. 처음부터 좋은 한인 조력자를 만나 대가 없는 베풂을 받았다. 낯선 땅에서 편히 쉴 곳과 따뜻한 밥을 제공해 줬고, 주말에 함께 요트 타러 가자고 제안해주기도 했다. 멋진 사람들과 멋진 장소,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동안 해외에서 훈련도 하고 행사도 하며 외국에서 많은 걸 경험해 왔지만, 여러 나라를 넓게 보는 것과 한 지역을 깊게 알아가는 건 비할바가 못된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한인회와 소통하고, 여러 한인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미국에서의 먼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상상 속에만 있던 미국살이가 손바닥 위에 올리듯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단기간에 빠르게 견문을 넓혔다. 미국이 얼마나 넓은지 느끼며, 과거 상하이에서 느낀 감정이 다시 찾아온다. 인간은 얼마나 작고 나약한가, 나는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괜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결국 내가 받은 교육은 미국으로부터 무기체계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우리 군의 한계와 맞닿아있기도 했다. 자주국방, 즉 우리가 직접 모든 국방물자를 개발할 수 있다면 이런 교육도 불필요할 것이다. 미국의 압도적인 규모의 기술력을 느끼는 동시에 대한민국 군의 한계가 피부로 와닿으니 아쉬움이 커졌다.


남는 건 기록이다.


    아쉬움은 치열한 기록의 동력이 됐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하나라도 더 보고, 조금이라도 더 기록해서 국가에 기여하자는 생각에서였다. 국민의 세금으로 보내준 교육이니, 밥값은 하고 싶었고 매일 A4 한 페이지에 가까운 기록을 꾸준히 이어갔다. 각종 시설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어떤 교육 프로그램과 의미를 담고 있는지 자료를 만들어 나갔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발전해
해외로 무기체계를 수출하면,
미국이 우리에게 비싸게
교육서비스를 판매하듯이
우리가 타국가에 교육할 날도오겠지?


    이런 거창한 생각으로 자료를 모았고, 결국 한 권의 책이 완성 됐다. 미국 위탁교육을 위한 가이드북이 완성됐고, 20년이 넘게 수많은 선배들이 다녀간 교육임에도 변변한 가이드북이나 노하우집 하나 없다는 아쉬움을 종결시켰다.



그럼에도 군을 떠나야 했다.


    내게 위탁교육은 최선을 다해 기록하고 배우고 노력한 시간이었다. 후회는 한 점도 남기지 않을 만큼.


    비록, 위탁교육을 받고 몇 년 만에 제대를 결심한 이탈자가 되었지만, 가이드북을 만들어 다음 교육 후임자에게 전달해 줬고 내 다음기수 교육생이 거의 수석으로 수료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


다음 브런치 스토리에 위탁교육까지 열심히 받고도 군을 떠난 그때의 생각과 위탁교육의 이면을 다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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