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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May 11. 2024

[군생활 잘하기] 군 위탁교육 소회(4)

위탁교육 다녀와서 전역을?

    제대를 결심한데 가장 큰 계기를 준 것도 사실 위탁교육이다. 위탁교육으로 세상을 보는 견문이 넓어지고, 이 과정 속에서 여러 미국 현지 사람들과 교류하며 크고 작은 인정도 받았다. 한 번은 제대하고 함께 일하자는 고마운 제안도 받았고, 고생하며 3개월을 준비하고 또 3개월을 현지에서 보낸 덕분에 언어 능력향상과 해외 적응력도 꽤 높아졌다.


위탁교육을 다녀왔습니다만..?

    그러나, 결정적으로 위탁교육 하나만을 위해 고생고생하며 6개월을 보냈고 개인돈 1,000만 원 가까이를 더 지출해 가며 교육에 몰입하고서 군으로 복귀했을 때 인사교류결과는 참담했다. 해군에서 해당 위탁교육을 위해 수천만 원을 투자했다면, 최소한 관련 보직으로 인사발령을 보내고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식적으로..) 국내로 복귀하고 첫 발령지는 안타깝게도 함정이었다. 보급병과에게 함정은 사실 특별한 의미가 없다. 아무리 좋게 봐도 함정과 사람들과의 안면을 트는 것 말고는 특별한 의미를 찾지 못했다.



위탁교육을 왜 보낼까? 필자는 세 가지 목적을 대표적으로 생각한다.   

    첫 번째는 군사교류다. 타국(주요 동맹국)에 위탁교육생을 파견 혹은 교류하여 상호 간의 국방외교, 군사 교류 및 교리 발전을 증진시키데 목적이다. 즉, 동맹과의 유대관계 향상을 목 전으로 한다.

    두 번째는 직무역량 향상과 인재확보이다. 대한민국 국군 내 장병 및 군무원들이 타 군의 전문 영역 or 군 내 전문교육기관에서 훈련을 받기 위한 위탁교육이다. 특수한 직무를 수행한다면, 무작정 현자에 밀어 넣기보다 충분한 교육으로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


    세 번째는 전장의 변하는 환경에 대한 대비의 일환 또는 부족한 장기복무 전문사관 육성을 위하여 군 내 우수자원을 선발하여 야간대학 혹은 군 내외 대학/대학원에 전문학위 위탁교육을 보내는 것이다.  


    교육마다 차이가 있다지만, 내가 다녀온 병과교의 경우 국방부에서 해당 직무를 수행할 인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내는 교육이다. 즉, 두 번째 목적인 직무역량 향상과 인재 확보다. 당연하게도 인사상담시 교육과 관련된 보직으로 이동을 적어냈던 내 요청은 수용되지 않았다. 인력활용 기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처음으로 인사담당에게 인사 관련 문의를 했지만, (난 이전까지 6년간 인사교류에 대해 단 한 번도 토를 달지 않았다) 돌아온 답변은 참 무책임했다. 인력활용을 염두에 두고 보낸 교육이 아니라, 매년 한 명은 가야 하니까 보낸다는 답변이다.


"이럴 거면 왜 그 시간과
돈을 바쳐가며 고생을 했나.
수천만 원을 투자하고서 원금회수도
못할 조직에 몸담을 필요가 없겠구나."


원망이 생기며, 회의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함정에서 묵묵히 직무를 수행했다. 해외에서 박사학위까지 밟고서 함정으로 전입온 선배를 본 의아한 그 순간까진.


    미국에서 석사에 이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엘리트 선배 역시 나와 비슷한 이유로 함정근무를 시작했다. 해군의 각종 연구부서에서 최대한 활용되어야 할 인재가 함정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꾸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FMS 관련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자원이 내가 희망한 FMS 직무로 전출 간다는 소식은 앞으로의 미래에 희망을 걷어내기까지 했다. 의지가 꺾인 순간이다.


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사비까지
투자해 가며 다녀온 미국 교육이
 결국 내 발목을 잡겠구나...

    다시금 해군의 인력활용이 대책 없이 이뤄진 사례를 보며 고통스러웠다. 위탁교육을 다녀와 직무능력을 향상했지만, 군은 이를 활용할 생각조차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3개년치 위탁교육 수료 현황과 해당인원의 현재 근무 보직을 비교했고, 나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해군 인사 운영 기준은 인재를 활용할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침 그 시기에 가족의 건강문제가 겹쳐 지체 없이 5년 차 전역지원에 내신 했다.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는 건 상식적이고 당연지사다. 어느 순간 몰상식이 당연해지고 있었다. 내가 조사한 3년 치 자료만 보더라도 인사운영의 잘못된 칼부림에 고통받는 피해자가 해군에 널려있다.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이런 조직의 미래를 밝게 그리기 어려웠다. 사람 하나가 아쉬운 해군에서 지금 당장 고쳐야 할 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배치해 2-3명 치 일할 수 있는 전문적인 사람을 만드는 것이리라 생각했고,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위탁교육은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하게 해 준 사건이자, 내 삶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전환점이다. 늘 고마우면서도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해군, 떠나온 길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 법이지만 아직도 인사의 피해자로 전락하는 수많은 군 인재를 생각하면 심히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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