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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따라 걷기

마녀 아줌마의 세상

by Stella

시간의 개념이 무언지 정확히 알기 힘들지만 내게는 일종의 '길'이다. 때로는 자동차들이 씽씽 달리는 대로가 되고, 때로는 한적한 골목길도 되고, 때로는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이 되는데, 젊을 때는 주로 넓고 화려한 길로 다녔다면 현재는 한적한 골목길 정도가 되는 것 같고, 노년으로 접어들수록 좀 더 호젓한 둘레길이나 숲길을 걸어가리라고 예상한다. 이와 반대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나이들수록 복잡한 대도시에서 가족 공동체를 기반으로 친구들과 어울려서 지내야 한다고 하기에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요즘은 그림과 함께 걷는 중이다. 시작은 2013년 중반으로 처음 삼 년 정도 찰떡처럼 붙어 다녔다가 서로의 실체를 알아버린 연인처럼 투닥거리며 쉬어가며, 그럼에도 헤어지지 못하고 두 해 정도 지내다가 어느 결에 길이 갈라졌다. 거의 오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던가, 나는 다시 그림에게 손을 내밀어 어색한 동행을 재개했다. 울퉁불퉁, 삐그덕 삐그덕, 똑같은 갈등이 나오기 시작하는 조짐이 고개를 들고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잘한 짓일까? 지금이라도 다른 동행을 찾아 다른 길로 가야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ㅇ나 현재 상태에서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이럴 경우 내가 할 일은 딱 하나, 그냥 갈 수 있을 때까지 가면서 갈등의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거다. 원래 급해야 우물을 파는 법이므로 필요하면 뭐든 찾아내겠지 싶으니까.


며칠동안 빠져나올 수 없는 무한굴레의 덫에 걸린 기분으로 혼자 앉아서, 꼬물꼬물 그리다가 화이트로 덮다가, 다시 그리다가 젯소로 덮어버리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붓과 물감을 다루는 필력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겠으나, 그것 이전에 느긋하지 못하고 뭔가에 얽매인 성격이 갈등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걸 해결해지 못하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게 분명하다. 그건 단순히 그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심지어 여행을 가서도 온전히 쉬고 즐기지 못하는 원인이 되므로 인생 후반전을 행복하게 살려면 반드시 고쳐야할 나쁜 습관인데, 습관은 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어서 천천히 바꿔나가야 한다.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해야해.


다시 심기일전! 이번에 선택한 그림강좌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거라서 학기별로 등록하는데,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보통 10호 그림 서너 개를 완성한다고 한다. 나는 10호와 6호 각각 하나씩 완성하고, 그 외에는 아크릴 물감과 친해지고 놀고 이것저것 실컷 망쳐보는 기간으로 설정했다. 수업 자체는 일주일에 한 번 이어서 그리 많은 시간이 아니므로 집에서 혼자 꼼지락 대야지.


이런 태도를 여행에도 적용해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제주도와 통영에 숙박여행 갔을 때도 늘 '댕댕'거리면서 다녔던 것 같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버스 시간 맞추기가 힘든데다 가능한 여러곳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기에, 하루에 세 군데 이상 빠듯하게 강행군을 했다. 이제부터는 많아야 두 군데 정도로 하고, 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간단한 스케치 도구를 '반드시' 챙겨가기로 했다.


타고난 성격과 그와 결부되어 오래 진행된 습관을 고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럴 경우 관점을 바꾸라고 하더라. 사람과 사물, 상황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 대응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한번 해보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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