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상, 의미 ...

마녀 아줌마의 세상

by Stella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딱히 이번 여행 때문은 아니고 지금까지의 모든 여행 자체와 나와 일상에 대한 생각이다. 따라서 앞으로 더 추가가 될 듯 하다.


1. 길목마다 기다리는 변수

내가 자란 환경은 안정 그 자체였다. 변화를 유독히 싫어하는 부모님, 변동=스트레스=귀찮음=기피대상 이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며, 나 역시 그렇게 자란 덕에 스스로 집순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물론 그게 아니라는 게 너무나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말이다.

여행은 변동 그 자체이다. 특히 나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는 나홀로 뚜벅이에게는 모든 게 변수다. 그 중 가장 통제불능인 것은 날씨이고, 그 외에 버스 시간이나 숙소, 갑작스런 공사는 물론이고 발에 쥐가 나는 경우 등등 종류도 가지가지이다. 따라서 이것저것 모두 따지면 떠날 수 없는 게 여행이다. 환경은 바꿀 수 없는 거라 그냥 내 생각을 바꿨다. 변동성을 좋아하기로 했다. 나 스스로 변동을 찾아가지는 못할망정 일어나는 일들에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으니 떠나기도 쉽고, 솔직히 말하자면 재미도 있다.


2. 짐싸기

많든 적든 짐은 싸야한다. 2018년 난생 처음 제주도 2박 3일로 갔을 때는 캐리어를 끌고 갔다. 아, 진짜 힘들었다. 자고로 캐리어란, 자동차 혹은 대절 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을 위한 거지, 나홀로 뚜벅이, 특히 나처럼 기운없고 팔힘이 약한 멸치아줌마를 위한 게 아니다. 그동안 몇 번에 걸쳐 짐을 싸본 결과, 25리터 초경량 배낭에 모든 물품을 우겨넣는 방법으로 귀결되었는데 그 속에 100그램 정도되는 초초경량 작은 배낭 하나도 포함된다. 도착해서 어딜 가느냐에 따라 둘 중 하나 가지고 나가는 거지.


겉옷은 모두 입고 간다. 내 사진 안찍으니 사나흘까지는 매일 안 갈아입어도 된다. 양말과 속옷도 완전 최소화. 입고 가는 거 + 여분의 1장이면 된다.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면 가능한데, 물론 땀이 많은 사람들은 한 두 장 더 필요할 수 있다. 여름을 제외하고 잠옷으로 가벼운 내복 하나 넣어가고, 화장품은 다용도 크림 + 선크림으로 땡! 치약칫솔은 1회용 모아둔거 가져가거나 국내라면 다이소과 마트와 편의점에서 사면 된다. 이건 제주도 한정일지 몰라도, 바람이 강한 제주도에서 우산은 무용지물이고 일회용 우비 두어개 넣어가는 게 낫다. 만약 너무 추워지는 등 정 필요한게 생기면 사야지 뭐, 별 수 있남!


3. 일정 어긋나도 스트레스 안받기

이건 여행에도 일상에도 적용된다. 완전 계획형은 아니지만 뭔가 어긋난다 싶으면 안달하는 성격이었는데 뚜벅이 여행을 다니면서 그려려니~~로 상당히 바뀌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호텔 직원에게 버스편을 물어봤는데 잘 못 알려주는 바람에 버스정류장에서 한 시간 기다리다가 결국 택시 탔다. 이럴 때 화를 내봐야 나만 힘들다. 버스 타러 갔는데 이쪽 편과 건너편과 또 저쪽 정류장 세 개의 이름이 똑같은 상황에서 정류장 번호나 방향표시가 되어 있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어쩌라고? 주민들이 있어도 다들 나이 엄청 많은 할머니들이라 의사소통도 불가했다.


그때부터 그냥 그러려니 해야하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그게 예상보다 많다는 현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30분 혹은 4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는 게 어디야, 버스가 온다는 게 어디냐고! 날이 흐려도 와, 비바람 안 몰아치고 폭우가 아닌 게 다행이지! 일상에서도 뭔가 맘대로 안되어도, 뭐, 이거 안되도 세상 두쪽 나는 거 아니니까 괜찮다고 나를 다독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러면 편하게 살 수 있는 거구나...


4. 걷는 건 일상이자 명상

난 뚜벅이다. 운전면허도 있고, 20대 때에는 엑센트라는 귀여운 차를 소유한 적도 있다. 그 때 내가 스피드를 사랑하지 않고 뭔가 소유하면 신경써서 돌봐줘야 하며, 심한 난시 덕에 표지판 보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는 포기하고 두 다리로 걸어다닌다. 어차피 나이들면 운전이 불가능한 연령대로 진입할거고, 그 때부터 걸어다니는 연습을 하기보다는 지금부터 하는 게 더 나을거라고 위안을 삼아보는데, 그건 그저 자기위안이 아닌, 현실이다.

걷는 건 힘들다. 특히 짐이 많거나 너무 덥거나 춥거나 비바람이 몰아치면 정말 힘들고, 내게 가장 최악은 미끄러운 눈길이다. 운전을 하면 한 시간 이내로 갈 곳도 대중교통으로 가면 두 세 시간 걸리거나 아예 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장점이 많다. 걸으면 정말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생각도 정리되고 맑아지며 심지어 전신운동도 겸할 수 있다. 공기 맑고 경치 좋은 곳을 걷는 건 정말 좋고, 심지어 그냥 도심 속을 걸어다녀도 볼 거리가 나오며, 노후 정착지 탐방이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여기 살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기도 한다. 그래, 내 다리로 이만큼 걸어다닐 수 있는 것 자체가 다행인거다.


5. 살아가는 의미와 그림

좋은 풍경 바라보며 아무 생각없이 걷지만 가끔은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데, 요즘은 대부분 '이렇게 사는 거 괜찮은거니?' 와 '그림을 계속 해도 되는 거니?' 두가지에 꽂혀있다.


자발적 은퇴를 선언한 다음, 삶의 의미와 경제활동을 동일시하는 대한민국의 기준으로 보면 아무런 의미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나 스스로 어떻게 보아야할지 의문이었다. 뭘 해도, 그 자체가 좋다기 보다는 '그런거라도 하면서 시간을 때워야 해'라는 반응이 돌아왔는데, 그래서 어느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고백컨데 그 의미를 그림에서 찾으려고 했다. 딱히 예술적인 감각을 보여주거나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기대는 0.00001도 없다. 그저 어릴 때부터 나를 지배하던 생각 - 세상에 존재하지만 세상과 섞이지 않고 마치 그냥 밖에서 바라보는 듯 살고 있다는 느낌 -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아주 어둡고 외로운 게 아닌 환상적 이미지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거다. 이때 기본 밑바탕이 되는 이미지는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이 될거고, 또한 그런 그림을 이용해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소품을 만들면,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어도 '쓸데없는 쓰레기'가 되는 건 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며, 더 욕심을 내자면 온라인 스토어에서 한번 판매도 해보고 싶다는 부질없는 꿈도 꾸어본다. 꿈꾸는 건 자유니까!


이런 정도가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가능할 지 나도 모르지만 어차피 시간 부자니까 상관없고, 그런 방식으로 여행과 일상과 취미와 의미를 이어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 같다.

아자, 아자, 기운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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