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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Sep 25. 2023

J 마녀가 P로 바뀌는 마법ㅡ옥녀봉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요즘 날씨가 왜 이렇게 좋은 거니?" 

저질체력 아줌마도 이런 날씨엔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요!


금요일 양양 당일치기 여행에 이어, 토요일에는 꽈배기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집에서 상당히 먼 망원시장에 갔고, 일요일 새벽에 청계산 옥녀봉 찍은 다음 쉴려고 했는데 구름 한점 없는 파란 날씨에 홀린 채 "내가 미쳤지"라고 쫑알대며 서촌과 감로당길까지 한바퀴 돌고 왔다. 원래는 인사동에서 마무리 하려고 했지만 거기까지 갔다가 과로사 할 판이어서 포기했다.


일요일 새벽 5시반 제법 서늘해진 공기를 마시며 청계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청계산역에 도착하니 6시였고, 이번에는 매봉이 아닌 옥녀봉으로 향했다. 지난 번에 가보니 매봉길은 재미없는 계단으로만 이루어져서 있어서 기운이 남더라고 왠만하면 가지 않기로 한데다 금토를 연달아 돌아다니다보니 이미 체력 방전 상태였다. 그나마 옥녀봉이 쉽다고 했고, 혹시나 올라가다 너무 힘들면 그냥 돌아설 생각이었다.


다녀온 소감:

매봉보다는 훨씬 쉬운 편이다. 옥녀봉은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커다란 벤치도 많고 윈터골 쉼터는 상당히 컸다. 올라가는 초반에 바위로 만든 계단이 많아서 가능한 트레킹화 혹은 등산화 신고가는 게 낫고, 올라가면 오히려 평평한 능선이 나와서 걷기 좋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구간도 있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나 등산에 익숙한 사람들은 성큼성큼 휙휙 지나가던데, 나는 워낙 초보라 천천히 다녔고 하산길, 바위 계단에서는 잘못했다간 오십대 아줌마 무릎 나갈거 같아서 더욱 조심했다. 보통 오르고 내려오는데 한시간 반 정도라고 들었으나, 나는 천천히 두 시간은 넉넉히 걸린 거 같았다. 아무리 쉬운 산도 둘레길보다는 힘들더라.


이쯤에서 멈췄어야 했다. 서식지에 돌아오니 9시 정도 되었고, 하늘은 여전히 맑고 푸르렀다.


"아, 이런 날은 실내에 있는 건 죄악이야! 하느님이 특별히 선물해주신 날을 허비할 수는 없어"


시간으로 보나 체력으로 보나 어차피 멀리갈 수는 없고, 간단히 서촌 구경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산행먼지 털어내고 집을 나서서 일단 버스타고 수성동 계곡으로 갔다. 그곳은 자주 갔던 곳인데 강남대로에서 470이나 741을 타고 KT 광화문 지사 앞에서 마을버스 종로 09번을 타면 계곡 앞에 딱! 내린다.


아침 산행으로 너무 힘들어서 올라갈 생각은 없었지만 사진은 좀 찍었다. 그곳 소나무도 아름답고, 몇 번이나 갔지만 물이 흐르는 수성동 계곡은 처음 보았다.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더라.


천천히 내려오면서 구경했다. 여전히 작고 '힙'한 카페 혹은 상점들이 보인다. 계곡 바로 아래는 옥인동 빌라촌인데, 거기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주욱 걸어내려왔다가 통인시장으로 들어섰다. 효재베이커리에서 빵 사고 걸어가다가 청와대 사랑채 옆을 지나가는데 2층에 넓고 한적하고 쾌적한 무료 쉼터가 있어서 잠시 들어갔다. 의자도 편하고, 통창으로 인왕산이 그대로 보였다.

(좌) 청와대 사랑채 2층 쉼터 (우) 효재베이커리

다시 감로당길을 향해 걸었다. 청와대 근처이니만큼 나무도 길도 멋지고, 가는 길에 드라마 촬영팀을 봤는데, 어라, 거기에 류수영 배우님이 딱! 서 있더라고. 어머머, 연예인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스태프들이 막는 바람에 못찍었지만! 텔레비젼이나 실물이나 똑같이 생기셨다.


감로당길에는 역시 사람들로 북적였다. 구석구석 작은 카페와 상점들이 있고, 버스킹 공연도 하고, 열린송현 공원 주변으로는 소담마켓이 열려서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잡았다. 귀엽고 아이디어 돋보이는 작품 같은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원래는 여기서 인사동길까지 가려고 했지만 체력이 정말 방전되어 더 이상은 못가고, 안국역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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