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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09. 2023

비둘기낭 폭포 & 하늘다리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서늘한 가을바람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 아줌마! 연휴 날씨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여행사 당일투어 상품을 이용해서 돌아다녔다. 코스는 포천국립수목원 - 산정호수 - 비둘기낭 폭포와 하늘다리 - 어메이징파크라는 아주 '어메이징'한 코스였다. 포천 시내 교통사정이 좋았다면 좀 더 나았을텐데, 나를 포함해서 연휴에 집에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니! 엄청 막혀서 시간이 지체되었고, 돌아다니는 것도 완전 유격훈련처럼 빡셌다. 물론 여유롭게 즐기지는 못했어도 워낙 돌아다녀본 적이 없는지라 눈도장 찍고 다니는 것도 그저 재미있더라. 여유는 나 혼자 뚜벅뚜벅 할 때 즐기면 된다! 


포천 국립수목원

이곳은 1999년에 최초로 문을 연 국립수목원이라고 한다. 원래 하루종일 봐도 모자랄 만큼 넓어서 짧은 시간 보려면 야외에서 힐링코스 or  실내에서 볼거리 코스를 결정해야 한다. 당연히 힐링코스 당첨! 전나무숲으로 향했다.  

왔던 길로 내려오다보면 큰 연못이 나오는데 연꽃 피는 계절이라면 훨씬 이쁠 같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예쁜 길은 얼마든지 있고 아직 단풍이 들긴 이르지만 그래도 승질 급한(?) 녀석들은 무거운 잎사귀 떨굴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입구 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도 있다.


산정호수

가는 길이 엄청 막혔다. 바로 옆 유명산 억새축제에 가는 사람들과 뒤섞인 듯 했다. 원래는 점심 먹고 한바퀴 돌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이들은 산정호수 입구에서 사진만 찍었을 것이고, 원래 빵이나 길거리 음식으로 해결하는 나를 비롯해서 약간 젊은(?)층은 간단히 점심 때운 뒤 산정호수를 반바퀴 정도 돌 수 있었다. 그나마 어디냐 싶더라. 


산정호수 자체는 좋았지만 주변은 너무나 상업화가 되어 있어서 각종 놀이기구나 식당이 너무 성업 중이라서 입구 쪽에서는 호젓한 분위기를 낼 수 없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도 역시나 카페가 있긴 하지만 그나마 조용했고, 아마 평일에 오면 훨씬 더 잔잔하게 호수 주변을 산책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산정호수를 대중교통으로 가고 싶으면 도봉산역에서 1386번 광역버스를 타면 된다. 


비둘기낭 폭포와 하늘다리.

내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이게 모지 싶었는데, 비둘기낭 폭포는 정말 아름다왔다. 세찬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는 아니고, 암석을 타고 흐른 물이 떨어지면서 그 아래 상당히 큰 웅덩이에 물이 고이고 다시 아래로 흘러내려갔다. 모양새나 물색깔, 주변의 암석들 모두가 잘 어울러져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늘다리는 길이 약 200미터 높이 50미터 정도로 유리판으로 된 부분도 있어서 조금 무섭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건너는 출렁다리라 그런지 재미있었다. 건너가면 그 옆이나 위쪽으로 긴 산책로가 있으니 시간이 많으면 가보고 싶었다. 



어메이징 파크

아이들을 위한 시설로 포천시에서 야심차게 만들었다던데, 내 눈에는 실패작이다. 제발 공무원들이 '야심차게' 일을 저지르지 않으면 좋겠다. 그냥 이런 건 민간기업에게 맡기라고! 다만, 치유의 숲은 좋았다. 역시 사람이 만든 인공물보다는 자연이 만들었거나 자연과의 합작품이 최고다. 


제일 먼저 갔던 히든 브릿지. 그래도 여긴 괜찮았다. 나무 사이에 출렁다리를 만들어 한바퀴 돌 수 있게 해놓았다. 

파크 위쪽으로 올라가니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그 외에도 자이언트 분수 등등 여러가지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실내 과학관에도 살짝 들어가보긴 했는데 왠지 엄청 허전해 보였다.

다시 입구 쪽으로 내려와 치유의 숲으로 갔다. 출렁다리를 건너서 가는데, 하하하, 하룻동안 출렁다리만 몇 번 건넌 거니? 그래도 파크의 어떤 시설보다 여기가 최고였다. 이걸 알았더라면 다른 거 안보고 여기서 시간을 모두 보냈을 것 같다. 



돌아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산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딜 둘러봐도 산이고, 유려한 능선을 자랑하는 산에는 나무들이 뻬곡히 자라고, 자그마한 마을을 품은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왔다. 물론 멀리서 봤기 때문에 아련한 추억처럼 아름답게 비칠 수 있다는 건 안다. 그 속에서 사는 건 또다른 문제일 테지만. 어쨌든 다리가 허락하는 한, 부지런히 돌아댕겨야지!



뚜벅이들은 대중교통이 닿지 않으면 가기 힘들다. 이때 '최소한 나'에게는 여행사 투어 상품이 좋은 대안이 되더라. 나 혼자 갈 때보다 시간과 비용이 절약될 뿐 아니라, 이동만 같이 할 뿐 내맘대로 돌아다니고, 식사도 각자 먹는 게 마음에 든다. 물론 호불호는 있다. 급하게 눈도장만 팍팍 찍고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고 머무르는 시간도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 이번이 그런 경우였다. 그래도 차가 막히는 상황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하려고 운전기사님과 가이드님이 엄청 신경을 쓰는 걸 봤다. 나를 데리고 누가 그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닐거며, 어두워진 시간에 돌아오니 서울 야경이 아주 멋지던데 그런 야경 드라이브를 누가 시켜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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