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은 도성과 다르다
이번 여행지는 선운사와 고창 읍성과 청보리밭 축제! 개인적으로 선운사와 고창 읍성을 보고 싶었고, 청보리밭이나 인생사진에 관심은 없지만 한번쯤 보는 건 괜찮겠다 싶어서 신청한 당일치기 투어였다. 돌아올 때 버스 전용 차선조차 밀려서 살짝 힘들긴 했지만 날씨도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서울에서 장장 세 시간 반을 달려 선운사에 도착했다. 선운사 일주문을 지나 들어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은 선운사 대웅전으로 곧장 이어지고, 왼쪽은 템플스테이와 도솔암으로 향하는 길인데, 끝부분에서 서로 만나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가도 둘 다 볼 수 있다. 다들 선운사 쪽으로 갔지만 나는 혼자 왼쪽길로 들어섰다.
이날 날씨가 여름처럼 더웠으나 숲속은 나무들 덕분에 시원했다. 템플스테이 숙소를 지나 계속 가면 신기하게도 그 숲속에 GS 25 편의점과 카페가 있고, 더 지나면 도솔폭포가 나온다. 비록 자연 폭포가 아닌 인공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 주변의 모습이다.
반대편으로 내려오면 선운사로 갈 수 있다. 조금 있으면 부처님 오신날이어서 그런지 형형색색 연등이 많이 걸려있다.
이곳은 국립공원이어서 선운사에 갈 목적이 아니더라도 등산이나 트래킹하러 많이 오고, 주차장 주변에 관광호텔과 식당, 카페, 편의점 등등 편의 시설이 많아서 가족 단위로 여행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제대로 둘러보기에 주어진 두 시간이 너무 빠듯한 건 사실이나, 이렇게라도 한 번 가보고 눈으로 봐두면 다음에 자유 여행으로 올 때 도움이 된다. 아래 사진을 찍을 때, 가을이 되면 화려한 색감의 단풍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와야할 곳이다.
고창읍성은 다른 지역의 '읍성'과 마찬가지로 성벽이 상당히 높아서 위쪽까지 가려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하고 길이 아주 좁은 것은 아니지만 난간이 없기 때문에 주의해서 걸어야 한다. 고창 읍성의 경우 한 바퀴를 돌려면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발칸국가 여행할 때 가는 도시마다 올드타운을 둘러싼 성벽이 있었는데, 한국의 읍성도 그와 비슷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발칸국가의 경우 중세시대의 올드타운에 지금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반면, 한국은 나중에 복원한 거라서 성벽과 약간의 건축물 정도만 있을 뿐이다. 사람들을 일부러 이주시킬 수는 없겠지만 우리도 뭔가가 더 있으면 좋을텐데.
성벽 위를 걸으며 아래쪽을 보았는데, 나무가 빼곡하고, 인솔자가 알려준 대나무 숲도 있어서 내려갔다. 앗! 대나무 숲은 여러번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크고 작은 죽순들이 사이사이 자라는 모습은 처음이다. 내 키만한 죽순도 있다. 우후죽순이라더니, 진짜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청보리 밭이었다. 언젠가부터 '인생사진'이 우리의 삶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게 분명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주차장이 꽉꽉 들어찼고 전문 사진사를 대동한 사람들도 보였다. 나는 인스타용 사진찍기에 관심이 없으므로 청보리 사진 몇 장 찍고 주변을 천천히 걸어 다녔다.
그래도 녹색이라, 눈이 시원하고 청보리밭 가장자리에 세들어 사는 유채꽃도 이쁘다.
비록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여행사 당일치기 투어지만, 일단 가보는 게 중요한 뚜벅이 아줌마에게는 좋은 추억을 안겨준 하루 였다. 게다가 날씨가 짱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