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색채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일출 명소로 알려진 곳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나 역시 올해 1월 1일에는 얼결에 일출까지 보긴 했지만 해는 매일 뜨는 거잖아? 게다가 일출을 보겠다고 계획을 세우면 흐릴 수도 있고 해뜨는 지점에 구름이 낄 수도 있는데 반해, 터덜터덜 갔다가 일출까지 덤으로 보면 뭔가 횡재를 한 기분이 드는 데 바로 그 날이 그랬다. 헬스클럽 휴일 + 여전히 새벽기상 + 몸 상태 OK + 무계획의 날, 아무 생각없이 휘리릭 가는 곳이 바로 남산이다. 가방은 늘 '레디고' 상태이므로 거기에 물병 하나 꽂아가면 된다.
여섯 시 반쯤 도착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이미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내공 만렙인 어떤 할아버지는 나보다 훨씬 더 빠른 걸음으로 거의 '날아'가시더라. 대단해요!
어두워서 사진 찍을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아름답고 다채로운 물감이 하늘이라는 캔버스를 실시간으로 물들였다. 이것도 매일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니 놀라울 뿐이다.
일출 자체도 멋지지만 그 직전의 어스름한 분위기와 색이 너무 좋아서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춥기도 하고 일출을 보러 온거 아니므로 그냥 내려갈까 하는 마음도 슬그머니 들었으나 기왕 왔으니 보고가자 싶어서 기다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외국인들 몇몇을 비롯해서 꽤 여러명이 일출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드디어 7시 50분 쯤에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핸폰 카메라 줌을 4배까지 끌었더니 화질은 좀 떨어지지만 그럭저럭 예쁜 해를 담을 수 있었다.
장소를 바꿔가며 찍어보았다.
아침 추위에 점점 더 시려오는 발을 달래며 한참동안 사진도 찍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실제로 보면 해는 맑고 밝은 '형광 주황색'이다. 정말 예쁜데 표현할 길이 없다네...
그런데 진짜 일출 맛집은 팔각정 아래 버스정류장 앞 전망대였다. 만약 툭트인 하늘에서 떠오르는 해를 감상하고 싶다면 그쪽이 훨씬 나을 듯 하다.
의도한 건 아닌데 통영 → 와룡공원 → 남산에서 연달아 일출을 보게 되었다. 이러다가 일출 도장깨기하러 나서는 거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