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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May 12. 2024

와룡공원 & 백악구간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사는 게 계획과 늘 어긋나듯, 원래는 와룡공원에서 백악구간 창의문까지 였는데 수성동 계곡이 붙어버렸다.


내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모두들 휴일이면 늦잠을 잔다는데, 되려 휴일이 되면 이유도 없이 더 일찍 잠에서 깬다는 거다. 결국 새벽 5시에 집을 나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와룡공원까지 가려면 강남대로에서 470/741로 종로 2가 하차, 길 건너 YMCA 앞에서 종로02 번을 타면 되는데, 버스 첫차조차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하므로 이번에는 420번으로 동대문, 그 자리에서 갈아타고 종로 2가까지 갔다. 버스들이 금새 와서 기다린 건 거의 없었다. 어쨌든 전체 구간은, 와룡공원 - 말바위 전망대 - 촛대바위 - 백악 곡성 - 백악 마루 - 창의문 - 인왕산 자락길 - 수성동 계곡 - 안국역에서 지하철로 귀가. 새벽 도깨비 아줌마는 거의 다섯 시간을 걸어다녔다. 


올해 1월 1일에 바로 이 코스로 걸으려고 와룡공원에 갔다가 쌓인 눈이 녹지 않은 상태여서 그냥 일출만 보고 돌아왔는데 5월에는 괜찮겠지 싶어서 나선 길이다. 트랙킹화 신고, 스틱은 가져갈까말까 망설이다가 혹시나 싶어서 한개만 가져갔는데, 솔직히 말해 가져가길 잘했다. 없었다면 훨씬 힘들었을거다. 


종로02번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올라가서 - 꼭 이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 마을버스는 한번 타보길 추천한다. 가면서 보는 뷰도 좋아요~! - 와룡공원 정류장에서 내린 후, 길을 건너 좀 더 올라가면 공원 팻말이 보이고, 산스장과 정자와 화장실이 있다. 거기서 말바위 전망대로 가는 표시를 따라 가면 길 입구에 도착한다. 

1월에 왔을 때는 눈이 잔뜩 쌓여있고 길이 엄청 미끄러웠는데 지금은 초록초록 하다. 가다보면 말바위 전망대가 나오고 거기서 보는 뷰도 정말 좋았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아래 맨 오른쪽 사진처럼 성곽길이 나타난다.

누가 '악'자 돌림 산이 아니랄까봐 엄청 가파른 계단길이 오르락 내리락, 비슷비슷한 풍경이 이어지다가 숙정문이 딱 버티고 서 있다.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땅은 촉촉하고 나무와 풀에는 생기가 돈다. 맑은 하늘과 더불어 새소리도 맑고 청아하다. 

이제 촛대바위가 나왔다. 참고로 말하자면, 가는 길목에 있는 건 아니고 바위를 보려면 잠시 길을 이탈해서 다른 계단을 잠시나마 오르락 내리락 해야한다. 백악곡성도 마찬가지다. 귀찮아서 그냥 가려다가 맘먹고 나선 길, 날씨도 선선하고 맑아서 가는 김에 다 들려봤다.

거기서부터 백악곡성까지, 정말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는데 그걸 보상이라도 해주듯 뷰는 끝내줬다. 

올라갔으니 또 내려가고, 내려갔으니 또 올라가고의 연속이다. 드뎌 백악마루! 342미터라는데 왜 이리 높고 힘든거니? 표지석은 참으로 아담했다. 하하~

백악마루까지도 그랬지만, 거기서부터 창의문까지도 가는 곳마다 군사시설 방향으로 사진 찍지 말라는 붉은색 경고표시가 있고, 사실 찍어도 비슷비슷할 거 같아서 그냥 내려왔다. 내려오는 계단도 많고 경사도가 정말 찐으로 가파르다. 드뎌 창의문까지 왔다!

창의문 앞에서 살짝 고민했다. 건너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서 귀가해도 되는데, 힘들긴 하지만 아직도 아침이고 날씨도 이렇게 좋은데 그냥 가는 건 날씨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길을 건넌 후 윤동주 문학관앞을 지나 인왕산 자락길로 들어섰다. 언제 와도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길이다.

초소책방을 지나 걷다보니 어느새 수성동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왔다. 간밤에 비가 와서 계곡에도 물이 흐르나보다.  

수성동 계곡에 여러번 왔지만 실제 물이 흐르는 걸 본 건 몇번 안된다. 

자, 이렇게 새벽 도깨비 아줌마의 뚜벅뚜벅 새벽 여행이 끝났다. 백악구간에서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수성동 계곡에서는 물소리를 원없이 들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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