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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Nov 15. 2023

근대 미술-살롱 드 경성

마녀 아줌마의 세상살기

우연히 책 한권 읽었을 뿐인데 생각이 많아졌다. 


그림이 취미라고 말하면서도 화가 혹은 그들의 그림을 어떻게 감상해야하는 지 몰랐고, 그저 고흐 혹은 미켈란젤로, 달리, 피카소 등 교과서에 실린 서양화가의 이름만 알고 지내다가 이건희 컬렉션을 간 것을 계기로 한국의 근현대 화가와 작품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맙소사, 재벌 총수가 내 인생에 영향을 주다니. 그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나 어쨌든 그가 미술품을 수집했다는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그 뒤에도 소마미술관의 한국근현대미술전, 현대미술관의 이중섭 특별전, 호암미술관의 김환기 회고전, 덕수궁에서 열린 장욱진 회고전에 갔는데 진심으로 감동하고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이렇게 좋은 걸 지금까지 몰랐다니! 


그동안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냐고 나에게 물으면 남들처럼 고흐라고 대답했다. 루브르 미술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런던의 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MOMA, 구겐하임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와~ 대단해, 멋지다, 엄청나다고 말했지만 사실 진심에서 우러나온 게 아니었다. 아니, 그때는 그게 진심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의 근현대 미술작품을 보면서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 애국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국뽕(?)도 없고, 우리나라 것에 관심 없고, K 푸드나 K팝 같은 한류에도 열광하지 않았으나 미술작품은 다르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는 이상, 구본웅, 백석, 정현웅, 정지용, 길진섭, 김기림, 이여성, 이태준, 김용준, 김광균, 최재덕, 박수근, 박완서, 김환기, 김향안, 도상봉, 나상윤, 임용련, 백남순, 이중섭, 이남덕, 유영국, 김기순, 김기창, 박래현, 나혜석, 이미륵, 김재원, 임군홍, 이쾌대, 변월룡, 이인성, 오지호, 이대원, 장욱진, 박고석, 김병기, 이성자, 백영수, 변시지, 권진규, 문신을 비롯해서 관련 인물을 다룬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문학과 그림 모두에 재능이 있었다. 이여성-이쾌대처럼 형제도 있다. 비슷비슷하게 어려운 시대를 통과했기에 서로 도움을 주는 사이도 많았는데, 혼란한 정치 이념 속에서, 혹은 어사회적 편견 속에서 뛰어난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채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미술사를 포함해서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중고등학교 때에도 고구려 백제 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만 줄창 배웠고, 근현대사는 학기말에 시간이 모자란다는 핑계 겸 이유로 스치듯 지나갔다. 특히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군사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이념문제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으니 예민한 주제이자 심지어 '인생 망치는' 주제였으므로 다들 언급하기 꺼렸다. 


그 시절 일본 유학을 했다는 사실은 원래부터 집이 부유했다거나 아버지가 나름 지위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뒤지고 또 뒤지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굴레를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고, 이념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바람에 북쪽으로 올라간 예술가들이 많았으니까. 이렇게 친일과 월북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그동안 쉬쉬하다가 얼마 전부터 겨우 그들의 이름을 거론할 수 있게 된 것 같더라.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터이지만, 이제라도 이 분들의 작품에 대해 좀 더 연구되고, 전시회가 많이 열리면 좋겠다. 개인적인 이유가 분명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한국인들 입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서양화가 몇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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