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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Dec 12. 2023

제주여행 <3일차>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제주여행 사흘째! 

3일차 : 용두암 ⇒ 무지개해안대로 ⇒ 도두봉 ⇒ 공항

1일차 : 공항 ⇒ 동백포레스트 ⇒ 서귀포 올레시장 ⇒ 숙소 ⇒ 천지연폭포 

2일차 : 쇠소깍 ⇒ 소정방폭포 ⇒ 정방폭포 ⇒ 외돌개 ⇒ 이중섭거리


사용 가능한 시간이 가장 짧은 날이다. 비행기 시간을 감안해서 적어도 3시 반까지 공항에 가야 한다. 마일리지 항공권은 시간 선택에 제약이 있는데다, 나의 여행 스타일을 감안할 때 마지막 날에는 거의 '에너지 방전'상태가 되므로, 밤에 출발하는 비행기 표가 있어도 그때까지 돌아다닐 힘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아쉬움은 없었다. 일정 역시  버스 노선이 애매하고 택시마저 뜸한 중산간 지역이 아닌, 공항 근처에서 노는(?) 것이 안전하다. 급하면 택시 타고 갈 수 있으니까!


원래 계획은 숙소⇒새별오름⇒한라수목원(생략가능)⇒공항 이었다. 그런데 새별오름은 핑크뮬리가 유명한 곳이고 이미 시들어서 황량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핑크뮬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므로 만개했더라도 일정을 바꿨을 것 같다. 


아, 갑자기 일정이 붕 떴네~! 고민 끝에 호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 뚜벅이 아줌마인데, 늦어도 3시 반까지 공항에 가야하니, 그나마 대중교통 좋은 곳으로 추천 좀 해줘요~~ " 고맙게도 그 직원이 용담해안부터 도두봉까지 해안따라 걷는 게 어떠냐고 했고, 그 제안은 정말 완벽했다. 참고로 제주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를 때는 급행버스 추천한다. 대략 한 시간에 1대 운행이지만 한 시간 정도면 서귀포에서 공항근처까지 갈 수 있다. 연계버스를 이용할 경우에도 애매하게 간선버스 타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낫더라.


이동 경로 : 서귀포등기소 (181번 급행버스) ⇒ 제주도청 신제주 로터리(동) 하차 ⇒ 내린 곳에서 453번 버스 승차(같은 자리에서 탈 수 있다니!) ⇒ 제주사대부설중학교 정류장 하차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 용담해안, 용두암이다. 용두암에서 출발해서 서쪽으로 해안 따라 걸었는데, 올레 17코스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 서귀포는 아침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했지만 북쪽은 아직 하늘이 파랗고 날씨도 좋아서 걷기 좋았다. 이제 네 시간 정도 놀다가 공항 가면 된다. 공항 바로 뒤쪽이라 버스도 괜찮고 택시도 괜찮아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용두암! 몇 년전 무작정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이 근처에 있는 <미르> 게하를 이용했는데 그때 본 적이 있다. 다시보니 반갑군! 

공항 근처라서 거의 오 분마다 이륙하고 착륙하는 뱅기들을 볼 수 있었다. 용두암 바로 앞 해녀동상에서 언제나 동행하며 수고하는 '이쁜 나의 그림자'와 사진도 찍어 보았다.

이제 도두봉을 향해 출발이다. 이틀동안 빡세게 걸어다녔으니 오늘은 천천히 널널하게 다니기로 했다. 검은색 바위와 돌, 그 끝에 서서 낚시하는 사람들과 작은 선착장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어선들이 내 마음처럼 평온했다.

저 멀리 목적지인 도두봉이 보인다. 상당히 멀게 느껴졌으나 실제로 걸어보면 그럭저럭 걸을만 하다. 물론 기온이 낮고 바람이 거셌다면 카페에 들어가 앉아서 바다를 보거나, 포기하고 동문시장으로 갔을 거 같다. 


"한없이 걷고 또 걷는 제주도 여행, 누군가에게는 재미없고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가다보면 돌로 만든 구조물도 만나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시시각각 구름이 바뀌고, 이따금씩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고, 검은 바위에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광경을 보는 것 자체가 내게는 '행복'이고 '명상'이다."

도두봉 가까이 오면 무지개 해안도로가 있다. 나름 관광명소여서 그런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관광객들이 길게 이어진 무지개 색깔 표석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그 끝부분에 도두봉 입구가 있다. 처음에는 도두봉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는데 15분이면 간다. 아, 여기 안올라갔으면 진짜 후회할 뻔했다. 이렇게 이쁠 일이냐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풍경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전망대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갔다. 여기 혹시 에덴동산이니? 비행기 이륙하는 거 보니 속세가 분명한데? =)

도두봉의 사진 명소다. 나무들로 이루어진 동굴(?) 입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인 듯 싶었다. =) 

어딜 둘러봐도, 아무데다 카메라를 들이밀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화보가 나온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도두봉에서 내려가기가 너무 아까울 정도여서 사방을 둘러보며 한참을 머물렀다. 여기가 이번 제주여행의 종착역이군!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 적당히 밝은 햇살, 파란 바다, 하얀 구름, 등대, 노란 단풍잎. 무엇 하나 나무랄데 없이 완벽한 조합이고 하모니였다. 이렇게 '해맑은'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운이 좋은 거다. 또 한번 감사! 


이제 아쉬운 마음을 안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대기 시간을 강안해도 서울에서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오는 곳이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올 수 있고 심지어 당일치기도 가능할 것 같다. 제주도 여행 경비가 비싸서 차라리 해외여행 간다는 말도 들었고, 나 역시 해외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제주도는 충분히 가성비 넘치게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다. 이제부터라도 자주 와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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