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흐린 날에 그냥 있으면 온 몸이 쳐지니까, 맑은 날에는 '할미꽃에게 광합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간다. 팔팔한 말띠 역마살풀이를 젊었을 때 안했더니, 늘그막에 발동해서 동네방네 사방으로,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중!
게다가 남산야외수목원에 가서 벤취에 앉아 책을 조금 읽다가 그냥 돌아오겠다는 처음 계획과는 달리, 해맑게 웃는 파란 하늘과 반짝이는 햇살에 홀려 엉뚱한 길로 가버렸다는 게 문제 아닌 문제였다!
하얏트 호텔 정류장에서 조금 올라가다가 항상 가던 왼쪽 길이 아닌 오른쪽 길로 향하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시간 날때마다 자주 오던 남산이었으나 이쪽으로 온 건 처음인 거 같다. 혹은 왔더라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고, 그만큼 산은 언제 가도 새로운 표정을 보여준다.
위의 맨 왼쪽 사진에 난 길로 쭉 가면 또다른 둘레길로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중간 쯤에 다시 되돌아왔다.
이렇게 다시 돌아와 남산타워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산길> 시작이다. 국립극장이나 남산도서관 쪽에서 올라가면 거의 아스팔트 길로 이어지지만 워커힐 호텔 쪽에서 올라가면 <산길>의 맛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산 속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게 그거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올라갈 때는 언제나 새롭다. 사실 이삼년 전에 이 길로 간 기억은 있었으나 그때는 이른 아침이라 살짝 어둑어둑 했던데다 같은 방향이라도 올라가는 길이 살짝살짝 달라지므로 언제와도 난생처음 온 것 같다.
표지판을 따라 계속 걸어가자 반딧불이 서식지가 나오고, 거기서부터는 오르막 길이 이어지는데, 약간 그늘져서 그런지 땅바닥이 질퍽 거렸다. 이런 길로 갈 생각이었다면 트랙킹 신발을 신고 스틱 한 개라도 챙겨왔을 텐데 그냥 운동화만 달랑 신고 왔더니 올라가는 길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어서 사진은 포기하고 발 밑으로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래도 미끄럽다거나 아주 힘든 건 아니었다.
결국 팔각정 아래 버스 정류장으로 나올 수 있었고, 늘 가던 팔각정으로 올라갔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월요일 낮이었는데도 관광객도 많고 한국인도 많고...
남산에서는 온 사방이 모두 내려다보인다. 하늘과 구름은 시시각각 변하는 예술작품을 만드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중!
오늘도 나와 동행하며 열일한 내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