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회사 근방 길목에는 방지턱이 트랩처럼 깔려 있다. 초보 운전인 아내는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급정지를 반복했고, 뒷좌석에 앉은 아이와 나는 충격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었다.
"브레이크 미리 밟아야 해."
"미리 밟았는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터였다. 설명 보다 침묵을 택했다. 덜컹거리기를 몇 번 반복했을까. 엉덩이가 축축했다.
'뭐지? 물인가?'
왼손을 뒤로 뻗으니 차갑고도 물컹한 게 만져졌다. 조심스레 손을 눈앞으로 가져왔다. 주황색 물질이 묻어 있는 걸 본 순간 내 눈은 확대됐다. 몸을 뒤로 돌리니 잘 익은 홍시가 뭉개져 있었다.
"아...!"
"왜?!"
"왜 이걸 차에 둔 거야..."
아내가 아이에게 먹이려고 뒷좌석 헤드레스트 뒤에 둔 홍시였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느라 좌석에서 등을 떼고 있는 사이, 충격을 타고 내려온 것이었다. 트랩처럼 깔려 있던 홍시는 내 엉덩이가 닿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회사에 도착할 찰나 작전 성공.
베이지색 바지는 주홍색으로 물들었고, 홍시 즙은 속옷까지 스며들었다. 어이가 없었다. 이거 보라며 운전자 창을 향해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수고한 아내에게 조심해서 가라며 손짓하고는 회사로 들어갔다.
가방을 내려놓고 화장실에 들어가 퐁퐁을 두어 번 바지에 짜냈다. 마구 비볐다. 물에 헹궈내니 제법 말끔해졌다. 축축한 바지를 말리는 게 일이었는데 11월이 돼도 봄 같았던 기온이 이날부로 겨울을 실감케했다. 꿉꿉함과 축축함이 겹쳐 앉을 수가 없었다. 뒤쪽에 선풍기를 두고 서서 업무를 보았다. 둔근이 시렸다. 온몸으로 한기가 서렸다. 선풍기를 끄고, 벗어 두었던 조끼를 입고 플리스 재킷을 걸쳤다.
나를 본 팀장님은 바지가 왜 그러냐며 안쓰러워했지만 없는 바지를 만들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내가 축축해서 어떡하냐며 바지를 갖다 준다 했지만 만만찮은 왕복거리에 괜찮다 했다.
오후가 되니 뇌와 몸에 피로가 차올랐다. 몸이 노곤해져 만사가 귀찮았다. 어느새 바지가 말라가고 있었고 내 몸도 말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