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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트리버를 좋아해 Jan 16. 2024

흔하디 흔한, 바로 그 주제

[청첩장을 주기 위한 식사 자리]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동료의 결혼 소식을 종종 듣게 된다. 친한 사이라면, 청첩장을 직접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혼 주인공으로부터 청첩장을 실물로 받게 된다는 것은 그와 내가 꽤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밥을 한끼 대접하면서 청첩장을 주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사실, 나와 친하다고 생각해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청첩장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알테지만, 이런 초대가 가끔 부담스러울때가 있다. 몇 주 전 나에게 온 초대장은 부담스럽기보다는 조금 섭섭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한번 들어보시길. 


착각일 수는 있지만, 나는 A를 직장 안밖에서 꽤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다. 퇴근 후에도 함께 운동하거나 술을 마시곤 했기 때문이다. 나와 A를 포함해서 가깝게 지내는 무리가 있다. 조만간 결혼을 한다던 A는 우리 무리에게 청첩장을 준다며 식사 약속을 잡았다. 약속 날짜가 다가오던 중, 주변 지인으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었다. A와 알고 지낸 기간이 짧은 동료들에게는 값비싼 식사를 대접하면서 청첩장을 나누어주는 반면, 알고 지낸 기간이 길고, 깊은 관계에 있는 동료들에게는 값싼 식사를 제공하거나, 심지어 식사자리없이 청첩장만 준다는 것이다.


A가 우리 무리에게 초대한 식사 자리는 다른 동료들에게 제공되었던 것들에 비하면 저렴한건 분명했다. 물론 우리 무리가 A가 생각하기에 끈끈한 집단이 아닐 수 있다. 내가 너무 쪼잔하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나에게 이런 감정이 드는 것 자체가 조금 부끄럽긴 했다. 하지만 나만 이런 감정을 느낀건 아니였다. 우리 무리에 속한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솔직히 섭섭하긴 했다. A는 덜 친한 사람에게는 확실하게 대접을 해야만이 본인 결혼식에 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고, 친한 사람들은 어차피 올 사람들이니 대접을 덜 해줘도 될거라고 의도한 것일까.


물론 청첩장을 주는 절차중에 식사자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친한 사람에게는 어느정도 만족할 만한 밥한끼를 사주어야하고, 덜 친한사람에게는 돈을 덜 써야한다는 것 또한 공식은 아니다. 청첩장을 직접 주는 것 그 자체로도 감사해야하는게 마땅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안할 수 없었다.


만약 나였으면 어땠을까. 만약 나라면 더 친한 사람일수록 대접을 확실하게 해주면서 청첩장을 주었을 것이다. 여건이 어렵다면, 친하든 안친하든간에 비슷한 대접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본인 결혼식에 들어오는 축의금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주변 사람들이 서운해할만한 선택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난 언제 결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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