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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트리버를 좋아해 Apr 15. 2024

母 "결혼반지 끼고 있는 남자는 왠지 멋있어 보이더라"

전국노래자랑을 보다가


"난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남자는 왠지 멋있어 보이더라"


휴대폰에 화면에 머물러있던 내 시선은 곧바로 TV 화면으로 돌려졌다. 그 속에는 국민 방송인 '전국노래자랑'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40대 남성 참가자가 진득한 발라드를 부르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그의 왼손에는 노란 반지가 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게 뭐가 멋져? 그냥 악세사리인데 뭘"


"신뢰있어 보이잖아"




1년 전이라면, 결혼반지가 지니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테지만, 지금 내 상황은 달라졌다. 나에게는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으며, 그녀와 결혼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곤 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예식장을 어디서 하면 좋을지, 시기는 언제가 적절할지, 신혼집은 어디가 좋을지, 결혼반지는 어떤 종류가 좋을지 등이다.


나는 솔직히 결혼 준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고 싶지 않다. '인생에 한번 뿐'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는 웨딩업체에게 내가 피땀흘려 모은 돈을 쉽사리 내주기는 싫다. 또한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오는 갈등도 최소화하고 싶다. 그보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에 신경을 쓰고싶다. 그런 맥락에서 결혼반지는 사치의 상징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몸에 거추장스러운 악세사리를 착용하는 것이 불편해했고, 또한 결혼을 한 선배들에 따르면, 결혼 후 몇년뒤에는 반지는 서랍에 고이 모셔둔다고 했다. 나는 그러한 장식용품에 수백만원을 들이는 것보다 차라리 신혼여행에 투자하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했다. 백번양보해서 어쩔수없이 해야한다고 하면, 명품 브랜드값을 벗겨낸 합리적인 가격으로 맞추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 물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우선 '결혼반지=신뢰' 는 언뜻보면 간단하게 떠올려질 수 있는 결론이다. 결혼반지를 착용한다는 것은 나는 결혼한 사람이고, 이는 다른 여자가 나에게 선을 넘는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사회적인 방패라는 것이다. 이런 방패를 몸에 지니고 있으니, 내 배우자에게 내가 금기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심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1차적인 인식을 넘어서, 더 깊게 생각해보면 그 '결혼반지=신뢰'라는 의미가 더 확장될 수 있다. 먼저, 나는 내 배우자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애처가이자, 가정을 지킬 줄 아는 든든한 남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조금더 나아가서는, 나는 상대방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고,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가치관이 단단한 사람이며, 인간관계에 있어 배신을 하지않는 의리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을 회사에서 직장상사에게 조금이라도 심어줄 수 있다면 업무 진행이 조금더 수월해질 것이다. 또한 계약을 진행하려는 거래처 관계자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임대인 및 임차인으로서 주거 관련 계약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며, 내가 어떠한 세일즈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 작은 악세사리하나가 분명 조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내에 상대방을 파악해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상대방의 헤어스타일, 옷차림, 향, 표정, 말투 등 다양한 평가 요소들이 존재한다. 사람에 따라 가중치를 두는 순위가 다르겠지만, 왼손 약지에 끼는 반지는 상대방에게 비호감을 안겨주는 존재가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다양한 요소들 중 신뢰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은 결혼반지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들은 얼마든지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들이지만, 본인이 미혼인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왼손약지에 반지를 끼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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